북측에서 남측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12일 무사히(?) 치러진 듯싶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고 13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 이번 북측 최고인민회의가 제때에 개최될지, 또 개최된다면 어떤 모습을 띌지 궁금해 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때문입니다. 팬데믹 현상이 된 코로나19로부터 북측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처음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제 날짜에 열리지 않아 연기됐나 하는 혼란도 있었습니다. 북측이 지난달 2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0일 평양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10일 예고했던 최고인민회의를 미룬 채 11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고 여기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에 제출할 간부문제에 대하여’가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최고인민회의는 12일 무사히 열렸습니다.

하지만 북측에서도 코로나19가 현안이자 관심사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개최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노동당·국무위원회·내각 공동결정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가 채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재자원화법·원격교육법·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 채택 문제, 내각의 2019년 사업정형과 2020년 과업, 2019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2020년 국가예산 그리고 조직문제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이들 모두 주요 사안들이겠지만 올해엔 특별히 코로나19에 관심이 기는 것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5만 명(13일 오후 8시 기준)을 넘어선 가운데 주목되는 점은 북측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느냐 입니다. 이미 1월말에 북측은 남측에 요청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으며, 또한 중국과의 국경도 폐쇄했습니다. 북측과 위와 아래로 맞닿아 있는 선이 사실상 봉쇄된 것입니다.

이후 북측은 수차례에 걸쳐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체 검사를 통해 단 한 명도 확진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국제사회는 북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해 왔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감염자가 없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코로나가 없다고 하는 입장을 반복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질병을 통제할 역량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지어 확진자가 없는 게 더 걱정이다 등등이 나왔습니다.

일부 남측 언론에서 한때 김 위원장이 열흘 넘게 평양을 비운 채 함경도와 강원도 동해안 일대 포병부대 훈련을 지도하자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행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후폭풍?이라고 과장된 예측까지 해댔습니다.

그러다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사진을 보니 다소 놀라기도 했습니다. 수백 명의 대의원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또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북측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한편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다른 한편으로 감염자 한 명 없는 청정국이라는 발신이겠지요.

북측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제기한 내각 사업보고에 의하면 보건부문에서 “전국적 규모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코로나바이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의학적 감시와 격리사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여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발생되지 않게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측이 코로나19 감염자 없다는 것을 내외적으로 공식 천명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측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나라이므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또한 북측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북측의 공식 입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후에 북측에서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북측에도 감염자가 발생했구나’ 하고 인정하면 될 것입니다. 북측은 지금 위로는 중국과 국경 폐쇄를, 아래로는 남측과 사실상 접경 폐쇄를 했기에 설사 감염자가 발생하더라도 일단 외부로 전파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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