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하고, 또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축하 서신을 보낸 바 있습니다. 그때보단 이번이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땐 생일 축하이기에 다소 의례적이라면 이번엔 ‘북미관계 추동’이란 정세와 ‘코로나19 방역’이란 현실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남측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5일 답신 형식의 친서를 북측에 발송했다고 합니다.

‘트럼프-김정은’, ‘김정은-문재인’ 사이의 친서 전달 및 교환은 비교적 장기간 경색된 한반도 정세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북미관계는 지난해 2월말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의 ‘노딜’ 이후 1년 넘게 사실상 단절돼 있었으며, 그 유탄을 맞은 남북관계 역시 혼란을 겪어 왔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연말 기한’으로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길 기대했으나 무산되자 연말에 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향후 북미 간 교착 상태가 장기성을 띨 것으로 간주하고 ‘자력갱생에 의거한 정면돌파전’을 천명했습니다. 게다가 북측의 간단없는 군사훈련에 남측이 우려를 표시할 때마다 북측은 어김없이 남측을 향해 가차없는 비난을 해 왔습니다.

이처럼 꽉 막힌 상황에서 ‘김정은-문재인’ 친서교환에 이은 ‘트럼프-김정은’ 친서 전달은 한반도 정세에서 일단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일단 거기까지 입니다. 친서만으로 모든 게, 아니 많은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이번 친서 전달을 두고 미국 측이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너무 섣부릅니다.

그러기에 김여정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한 담화에서 “다행히도 두 수뇌분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대립관계처럼 그리 멀지 않으며 매우 훌륭하다”면서도 “그러나 조미(북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놓고 서뿔리(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되며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 것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노딜’과 같은 ‘똑같은 일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는 북측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현실은 더욱 엄중합니다. 세계적 차원에서 전파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각 나라들 사이에 국경 폐쇄와 입국 금지가 행해지는 상황에서 당장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무슨 변화가 오기 쉽지 않습니다. 만나는 것부터 조심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남측에선 4.15총선이 있으며, 미국에선 11월 대선이 예정돼 있어 갑작스런 정상회담 개최 등은 그 결과에 따라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남북과 북미 정상 간의 친서 교환 및 전달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제비 한 마리에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고 또 잔뜩 움츠렸던 풀들이 기지개를 펴는 청신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가오는 계절적 봄만큼이나 한반도에도 대화의 훈풍이 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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