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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전원회의와 김정은 리더십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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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3  1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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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라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른바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북미협상을 추진해오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no deal)’로 브레이크가 걸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측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며 연말시한을 제시하고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뜨뜨미지근한 반응으로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연말 시한을 맞고 말았다. 한 마디로 ‘김정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협상 시한을 제시한 것 자체가 ‘판단 미스’라는 비평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나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위기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면돌파전’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제시했다. ‘3대 세습 독재자’라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은 물론 주요 당정군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려 7시간에 걸친 ‘역사적 연설’과 형식적이나마 서면토론 등을 거쳐 진로를 집단적으로 모색한 것이다. 김 위원장 단독의 신년사에 비해 내용과 형식을 신중히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날강도 미국의 이중적 행태”를 단죄하고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총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세기를 이어온 조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외어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정의한 것이다.

행간에 솔직한 고백들도 들어 있다.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힘을 믿지 못하는 때때기식투자, 자체의 잠재력에 의거하지 않는 하루살이식투자” 등의 표현이 연설 곳곳에 나타난다.

더구나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신념”이라는 대목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선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된 김 위원장이 2012년 태양절(4.15) 100주년 첫 대중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의 문제점들까지 솔직히 드러내며 북한이 이후 나아갈 방향을 내외에 천명했다. 정치외교적‧군사적 담보를 토대로 한 경제건설을 기본전선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것”이라고 천명했다.

나아가 “우리의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것”이라고 세련된 대미 압박공세를 펴기도 했다. 전체 북미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논지를 편 것이다.

아울러 3세대 유망주 이일환 전 청년동맹 1비서를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에 기용하고 김덕훈 내각부총리를 당 부위원장 겸 경제부장에, 김일철을 국가계획위원장에 발탁해 세대교체 및 인적 개편을 단행했고,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를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에 파격 기용하고, 북일 적십자회담 경험이 있는 리호림 조선적십자회 서기장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외분야 대열도 정비했다.

혹자는 나흘 씩이나 꼼짝 못하고 김 위원장 연설을 듣고 있는 북한 간부들이 불쌍하다고도 하고 혹자는 미국 정찰기가 뜨고 ‘레짐 체인지’ 첩보가 흘러다니는 가운데도 나흘 씩이나 흐트러짐 없이 당 전원회의를 깔끔하게 치렀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원래 부러우면 지는 법이라지만, 나흘 간의 노동당 전원회의와 ‘정면돌파전’ 결정, 인적 개편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점이 적지 않다. 특히 위기국면에서의 김정은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운전자’는커녕 ‘구경꾼’, ‘투명인간’으로 전락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 우리 국민들도 지나 온 길을 돌아보고 앞길을 준비해 나가야 할 때다. 이제는 ‘문재인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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