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북한이 세계에, 특히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지 않아 다행입니다.

크리스마스 전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니 인공위성 발사니, 심지어 핵실험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아무 일이 없자 이번에는 언론들이 나서 북한이 허풍을 떨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모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들입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게 좋단 말입니까? 게다가 그 발언은 12월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담화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말한 데서 유래됐는데, 엄밀히 보면 그 근거가 불확실합니다.

사실 이 담화는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를 강조한 점, △‘크리스마스 선물’ 선정은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점, △발언자가 미국담당 부상이기에 책임자급은 아니라는 점 등에서 북한이 꼭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과장된 해석이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이 외부의 분위기를 슬쩍 떠봤는데 낚시에 걸린 격입니다. 특히 낚시에 걸리면서까지 전문가 운운 하는 사람들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근거 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데 앞장서는 것은 철딱서니 없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사실 북한은 그렇게 무뢰한이거나 또 허풍장이도 겁쟁이도 아닙니다. 자신들이 세운 기준과 원칙에 따라 냉철하게 진행할 따름입니다.

이는 곧 있을 ‘새로운 길’과도 연관됩니다. 북한이 택할 ‘새로운 길’을 놓고 그게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또 별 의미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길’이란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가 막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따지기 이전에 그걸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2017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한반도의 봄이 다시 2016년의 ‘화염과 분노’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북관계도 막히고 한반도는 찬바람을 맞으며 기나긴 동면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는 결코 북한이 원하는 길이 아닙니다. 미국이 맞춰주지 않거나 방해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외부는 북한이 ‘새로운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 북한이 그럴 수 있도록 명분을 줘야 합니다. 누가 봐도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는 미국이 북한 측에 양보를 해야 할 순서였는데 미국이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그게 이렇게 커진 것입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수 있도록 미국 측에 압력을 가해야 할 순간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이나, 중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에 합의한 것 등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북미 간 대화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까요.

아직 ‘연말 시한’까지는 며칠 남았습니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막는 게 됩니다.

그러기에 크리스마스가 지났다고 안심을 놓아서도 안 됩니다. 북한은 ‘전략의 나라’입니다. 외부세계의 소원(?)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때에 보낼 수도 있었지만 전략적으로 늦출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미룰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직 유효합니다. 세상사에는 기한이 지난 다음에 오는 소포도 가끔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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