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언명한 ‘연말 시한’인 12월에 들어섰는데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는커녕 오히려 말싸움이 붙어 그 수위가 점점 상승되면서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담화를 발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뺐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김정은은 너무 영리해서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는 지난 8일 트윗과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는 지난 7일 발언에 대한 반응입니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 발언을 상기시키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같은 날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담화를 통해 “트럼프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매우 불안 초조해하고 있다”고 단언하고는 “최근 잇달아 내놓는 트럼프의 발언과 표현들은 얼핏 누구에 대한 위협처럼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그가 겁을 먹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라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김영철-리수용의 대트럼프 발언은 상대편의 심기를 긁기에 충분합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반응이 한편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지레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이에 앞서 북미 사이에 ‘로켓맨-늙다리’ 설전도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런던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참석 중 “그(김정은)는 분명히 로켓 쏘아 올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이유다”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로켓맨’으로 호칭하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5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늙다리 망령’이라고 맞대응한 것입니다.

북미 간의 말싸움이 이러다가 ‘한반도 위기설’이 돌던 2017년 8월의 ‘화염과 분노’-‘괌 포위사격’ 분위기로 돌아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이 말싸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뒤인 9월 유엔 데뷔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라는 초강경 발언을 해 국제사회를 경악케 하면서 극점에 달한 바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영철 위원장이 앞의 담화에서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에둘러 미국더러 말싸움을 그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말은 맞는 말이기에 미국 측이 기분 나빠할 것은 아닙니다. 이 정도에서 그칩시다. ‘연말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양측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시비조나 말싸움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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