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2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이 29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거행됐다. 이번 추모식은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돋보였다. 고 최만구 씨의 부인 연제원 씨의 두 아들은 사고 당시 3살과 6개월이었고, 이제 어른이 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신성국 신부를 이어 김정대 신부(왼쪽)가 추모식 준비위원장으로서 여는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 큰애가 세 살, 작은애가 6개월 돼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둘 다 아빠를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고, 아빠를 잘 모른다.”(고 최만구 부인 연제원)

“주위에서 말렸다고 한다. 여태까지 쉬지 못하고 허리가 안 좋으니까 비행기는 무리다. 월요일날 가라. 부득부득 가겠다는 거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보니까 11월 29일이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기념일날 늦게라도 오려고 그 비행기를 탔던 거다.”(고 김덕봉 부인 임옥순)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바뀌어가고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들의 기억은 사고 그 당시에 머물러 있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아빠의 모습이 그대로이다. 평생 아빠를 그리워했건만...”(고 박정태 딸 박은영)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사라진 대한항공(KAL) 858편 가족들의 시계는 32년전에 여전히 멈춰져 있다.

▲ 9살 때 아빠를 잃은 박은영 씨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32년의 세월도 가족들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는 못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추모식 준비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제32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번 추모식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소개돼 참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KAL858기 가족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차옥정 전 회장은 “나이도 들어 모든 기억이 희미해지지만 남편에 대한 일은 어제와 같이 생생하다”며 “약속했던 노후를 함께 보내지는 못했지만 늘 마음으로는 같이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고 애틋함을 표하고 “꼭 잔해라도 찾아서 조금이라도 남편에게 미안함을 덜고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차옥정 전 회장의 딸 박은경 씨는 “저희 아버지는 집에서 가정적이시고 엄마하고 굉장히 사이도 좋으시고, 그러시니까 엄마는 더 잊지 못하시고 이 일에 대해서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 활동을)하고 계셨던 것 같다”며 “엄마가 지금 건강이 안 좋으시니까 제가 총무일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32년이지만 저희 가족들한테는 그냥 오늘 하루 같이 똑같이 그립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차옥정 가족회 전 회장이 남편을 그리워하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딸 박은경 씨(왼쪽)가 어머니를 이어 가족회 총무를 맡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가족들과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왼쪽이 그간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어 온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간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어온 신성국 신부에 이어 ‘KAL858기 사건 추모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정대 신부는 여는말을 통해 “이번 추모식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모든 것을 같이 논의하며 가족회에서 직접 준비를 했다”며 “이런 준비를 하는 동안 가족들은 분노와 절망보다는 자신들 안에 갈망이 무엇인지를 더 보게 되었고, 이 갈망을 쫓아가며 희망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대 신부는 “최근 ‘무지개 공작’ 정보공개청구소송의 승소와, 또 이 문제에 대한 언론사들의 관심 등 외부환경도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반드시 정부가 나서서 가족들에게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아 주어야 하고 그 사건의 진실 또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은 “역시 오늘도 김현희 씨는 이 자리에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올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작은 진전이 있었다”며 ‘무지개 공작’ 문건 정보공개와 외교부 30년 경과 비밀공문 공개를 예시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은 “감히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막막하다”며 “KAL858기 폭파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그 범인을 찾아내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드러나고 그 범인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변상련의 마음을 전하고 “KAL858기의 진실을 밝히는데 저도 미력하나마 함께 하고 싶다”고 연대의사를 밝혔다.

▲ 채희준 민변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채 변호사는 국정원을 상대로 한 '무지개 공작' 문건 공개 소송을 담당해 승소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땅콩 회항'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 자격으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땅콩 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어려운 과정 속에서 저는 제 마음에 하나의 큰 소리를 들었다. 저는 이 사건에 있어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아마 오늘 이 유가족 모든 분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 또한 똑같으리라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눈을 뜨고 이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해서 함께 연대하고 힘을 키워서 우리 모두가 자각하는 정치적 시민이 돼야 되겠다”고 인사했다.

임옥순 가족회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우리는 또 기대를 걸어 본다. 아니, 이제는 믿으려고 한다”며 “우선 조속한 시일 내에 안다만 해역에 32년동안 묻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해를 수색.수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임순옥 가족회 부회장이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사건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울러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없어 수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수색을 반대한다”며 KAL858기 가족회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수색과 이를 위한 국민모금운동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인사말을 한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기자에게 “그 당시에는 정보도 없고 하니까 아무 것도 몰랐다. 안기부 발표, 언론 발표를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기부 발표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고 김현희의 말도 거짓이 많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다시 재조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행기에 115명이 탔다고 했는데 116명으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교운이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우리 아빠(남편)는 아부다비에서 탔다”고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MBC는 27일자 뉴스데스크에서 검찰에 제출된 KAL858기 탑승자 명단에 ‘이교운’이라는 남성이 존재하지만 아부다비에서 내리지 않았고 실종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신성국 신부의 제보를 토대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는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가수 이수진이 추모곡을 헌정하고 참석자들이 헌화했다.

▲ 가수 이수진 씨가 <꽃>과 <상록수>를 추모곡으로 공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추모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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