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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70)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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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7  09: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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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나폴레옹)


 의자였는데
 - 김언희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나는 가끔 악몽을 꾼다. 고향에 갔는데, 돌아올 수가 없다. 버스가 끊기고 택시는 불러도 오지 않고 차표를 끊으려고 해도 주머니에 동전 몇 개만 있다. 황망해 하다 화들짝 깬다.

 어떨 땐 고등학교 교련 시간이다. 무기고에 가 총을 찾는데, 내 총이 부러져 있다. 다른 아이들은 후닥닥 총을 메고 밖으로 나가는데 안절부절 못하다 깨어난다.

 돌아가신 엄마가 꿈에 자주 나타난다. 엄마는 항상 늙고 병드셨다. 엄마를 안쓰럽게 바라보다 잠시 밖에 나갔다 오니 오! 엄마 계신 집이 물에 잠겼다.

 김언희 시인도 악몽을 자주 꾸나보다

 ‘의자였는데/내가앉으니도마였다/베개였는데/내가베니작두였다/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내가안으니포장육/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꽃한송이꽃절벽/사람하나사람절벽/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거미줄에매달려간댕/간댕건너간다끊어/질듯끊어질듯’

 우리는 낮에도 악몽을 꾼다. 살인, 강간, 사기, 왕따, 온갖 엽기적인 언행들...... 세상이 생지옥이다.

 이런 악몽들은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시대, 국가부도사태, 반민주권력들...... 을 겪으며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잃어버린 시간들은 반드시 귀환한다. 우리에게 악몽으로 돌아온다.

 우리 머릿속에는 과거의 많은 것들이 기억되어 있다. 기억이 떠오르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본의 철학자 나카무라 유지로는 기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기억이 잡생각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넘어 상기를 해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상기를 통해 인간은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과거의 어느 순간이 상기될 때가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에서 주인공은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다가 문득 일요일 아침 콩그레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기억이 감각적으로 깨어난다. 단지 머리로만 기억하는 건, 기억이 과거가 되지만 오감과 함께 깨어난 기억은 현재가 된다.

 과거를 상기하여 오롯이 현재가 될 때 우리의 삶은 오롯이 현재가 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꿰어진다. 우리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로 빛난다.

 ‘모모’를 쓴 미하일 엔데는 말했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이 있다.’

 시간을 느끼는 가슴이 ‘마음’이다. 마음은 오감이 다 열렸을 때 깨어난다. 모모는 항상 오감이 깨어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일 줄 안다. 시계로 시간을 계산하는 시간 도둑들에게서 시간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우리도 모모처럼 시간을 느끼는 가슴을 지녀야 한다. 그러려면 과거를 상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시간, 역사적으로 잃어버린 시간들을 다 상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를 묻지 말라는 세력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군사독재시기를 경제 성장기로 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수구세력들과의 싸움이다. 그들은 우리의 모든 지나간 상처들을 덮자고 한다.

 이 싸움에 동참하지 않는 한 자칭 진보학자는 모 대학 봉사 표창장을 가지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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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9-11-28 10:09:18
역사는 자신을 잊은 민족에게 반드시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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