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 산악회원 

 

▲ 도봉산 산행 중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제공-6.15산악회]

10월 20일 9시 도봉산 탐방지원쎈타 앞.

조금 늦게 도착하니 권오헌 선생님께서 밝은 미소로 맞아주신다. 바쁜 일정 탓에 두어 번 결석하셨는데 오늘은 함께 해주셨다. 선생님 연세에 험산을 앞에 두고 짓는 여유 있는 미소를 다 헤아리긴 어렵지만 함께하는 등산이 좋으신 것만은 틀림없다. 

인사 나누는 사이에 등 뒤로 누군가가 배낭을 틀어잡고 뭔가 달아준다. 박희성 선생님께서 6.15산악회 패찰을 달아주신 것이고 이어 탈진방지용 사탕을 나눠주신다. 언제나 변함없는 그 장면은 우리 산행의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 산 오르는 중에 잠깐 쉬면서. 박희성 선생님, 권오헌 선생님, 이정아 6.16합창단 지휘자.(우측부터) [사진제공-6.15산악회]

곧이어 6.15합창단이 합류한다. 오늘은 5명, 합창단이 함께하면 산행분위기에 자못 활기가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김을수 선생님께서 오셔서 16명이 도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하시던 김 선생님이 온통 화강암으로 가득해서 험준한 도봉을 오르신다니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어르신이 많은 우리 산악회에는 늘 있는 일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요령 또한 있다.

단풍은 아직 이른가? 간간이 붉어진 나무들이 눈에 띄긴 한다. 새벽 운무가 미처 걷히지 않아 주위가 뿌옇다. 선인봉 조망점에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낼 것이라 기대했던 봉우리는 그저 희미하고 게시된 사진만 또렷하다. 

▲ 6.15산악회원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도봉대피소, 인절미 바위를 거쳐 만월암 방향으로 주욱 나아가니 이제는 짙게 물든 단풍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 가팔라지는  등산길에 흙보다는 바위가 많아지는 건 웬만큼 올라왔다는 징표. 

김을수 선생님께서 배낭에서 주섬주섬 과일이며 과자를 꺼내신다. 당신의 체력으론 여기서 하산하는 게 적당하다시며 함께 나눠먹으라고 내놓으신 것이다. 마을 뒷산에 새로 설치된 운동기구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오를 수 있었다고 하시며 안전산행을 당부하고 먼저 하산하신다.

▲ 도봉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서 단체사진. 뒤로 신선대와 자운봉이 보인다. [사진제공-6.15산악회]
▲ 6.15합창단 여성단원들. [사진제공-6.15산악회]
▲ 3인의 젊은 건각들. [사진제공-6.15산악회]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비경이다. 우뚝 솟은 자운봉, 만경대, 선인봉의 자태는 말로 표현할 경지가 아니다. 봉우리가 보이는 장소마다 전망포인트이고 사진 찍느라 경치 보느라 모두가 도봉과 하나 되니 가을 산행의 흥이 한껏 달아오른다. 

휴일의 도봉은 항상 붐빈다. 식사할 곳을 찾다가 보기 드물게 커다란 밤나무 아래 편평한 곳을 찾아 둘러앉았다. 여기저기 밤 가시가 널브러져 있었지만 흥겨운 산행으로 더해진 허기를 달래기엔 충분했다.

▲ 권오헌 회장이 암벽 위에 섰다. 권 회장은 이날 산상강연을 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이어 산상강연과 단체별 광고시간. 먼저 강연에 나서신 권오헌 선생님께서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현 정세를 말씀하신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짚어 볼 때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 등 4가지는 어느 하나도 신통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외세의 지배간섭 때문이며 이를 주로 담당하는 미군이 있는 상태로는 평화도 번영도 통일도 없다. 

북이 세 가지 전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 SLBM, 폭격기) 중 2가지는 보유하고 있다고 보이고 미국 또한 무력제압을 앞세우는 기존의 전략으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제제와 압박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있는 것이고 북은 남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공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F35의 도입, 공격자원인 해병대를 앞세운 합동군사훈련 강행, 한반도 자체 항공모함 역할 운운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북은 남이 미국의 대북 압박전략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에 불과한 면이 있지만 민족의 존엄, 번영과 이익을 위해서는 외세배격과 남북공조가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배척이 긴요하다. 반씩 부담하기로 했던 평택기지건설을 거의 우리 부담으로 한 마당에 분담금을 대거 올리겠다는 압박은 터무니없고 국민적 자각이 절실한 이때 우리도 상황에 맞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깊이 느껴야한다.

▲ 6.15합창단을 위한 공연광고. [사진제공-6.15산악회]

이어진 광고 시간, 6.15합창단의 공연광고가 단연 눈에 띈다.

6.15합창단 10주년 정기공연이 11월 17일 오후 4시 오류아트홀에서 열린다는 내용인데, “10년의 노래 통일의 길 꽃피우다”의 각 글자를 카드로 작성해서 개개인이 들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가 이색적이고 재미있었다. 어언 10년의 세월동안 통일을 노래해온 합창단의 공연이 웅장한 통일의 함성으로 울려 퍼지기를 바라면서 하산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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