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없는 의열단이 없으며, 의열단없는 의열투쟁이 없다."

항일 의열투쟁에서 밀양을 빼놓을 수 없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스승이 본을 보여주고 제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신을 몰랐다. 의열단의 본향이고 70여명의 항일독립투사를 낳은 고장이니 그럴만 하다.

영화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을 연기한 배우 조승우가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라고 한 대사는 이 고장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지난해 3월 경남 밀양시 내이동 약산 김원봉의 생가터에 '의열기념관'을 세우고 그 앞을 가로지르는 '해천' 일대를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로 조성하면서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라는 글귀를 새겨넣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밀양 출생으로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후 밀양의 여러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필숙 선생이 25년 이상 마음을 바쳐 연구해 온 의열투쟁의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

▲ 최필숙,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 경상대학교 출판부, 315쪽, 2019.8.15. [사진제공-경상대학교 출판부]

'나를 버리고 의로 나아가며, 소아를 버리고 진아를 지키는 자기 희생을 감연히 택한' 의열투쟁의 역사를 밀양의 인물 중심으로 엮은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가 그것이다.

의열단 창단 100년이 되는 올해 나온 것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

책 앞 머리에는 소설체로 구성한 '약산의 그림자'와 서사시로 그려진 '석정(윤세주)의 노래'가 실려있다.

그리고 약산과 석정이 다니던 밀양 동화학교 교장을 지낸 을강 전홍표, 약산의 고모부이며 밀양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백민 황상규, 을강의 제자이면서 약산을 비롯한 밀양출신 독립운동가의 스승이었던 일봉 김대지의 약전이 올라있다.

저자는 전홍표와 황상규, 김대지 선생을 '제자들에게 본을 보여 준 스승'이라고 했다. 또 "그들의 제자들은 배신을 몰랐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래서일까. 투사들이 중국으로 활동의 중심을 옮긴 후에도 이곳의 아이들은 일찌감치 제 고장 출신의 걸출한 독립운동가인 약산과 석정의 의열투쟁을 들으며 철이들고 그들을 흠모했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의열단원들의 활약상. 먼저 밀양폭탄사건으로 알려진 1920년 3~6월의 '제1차 국내기관 총공격작전'.  

책에는 의열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폭파의거의 실패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렬하게 불타오른 의열투쟁의 역사가 장렬하게 기록되어 있다.

알려진대로 의열단은 3.1운동이 조선반도 전역을 뒤흔든 1919년. 그해 11월 10일 지린성(吉林省) 파호문(把虎門) 밖 중국인 농부 반(潘)씨의 집에서 무력투쟁으로 일본의 지배를 타파하겠다는 젊은 독립투사들이 뜻을 모아 창단했다. 

이듬해인 1920년 3월, 단장 김원봉과 부단장 곽재기, 단원 이성우가 밀양 출신 의열단 후원자인 윤치형으로부터 300원을 제공받아 탄피와 폭약을 구입하여 상하이의 김대지의 집에서 폭탄 3개를 제조한 뒤 밀양출신 이병철이 직접 밀양으로 운반하고 또 다른 경로로는 폭탄 13개를 만들 수 있는 탄피와 화약, 권총 2정과 실탄 100발을 진영으로 옮겨 조선총독부 파괴를 목표로 한 작전에 돌입했다.

거의 의열단 창단 단원인 황상규, 이수택, 윤치형, 이종암, 곽재기, 이성우, 김기득, 한봉근, 신철휴, 윤세주, 김상윤, 이낙준, 김병환, 배중세, 서상락 등이 참여하여 '7가살(七可殺)' '5파괴' 의열단 강령 실천을 위한 첫 작전을 벌였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검거되는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의열단은 꺾이지 않고 의열투쟁을 이어갔다.

부산 출신 박재혁의 부산경찰서장 하시모토(橋本秀平)폭사 의거(1920.9.14), 경기도 고양 출신 김익상의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의거(1921.9.12), 서울 출신으로 경성 한복판에서 양손에 권총을 움켜쥐고 3시간 동안 1대 400의 시가전을 벌이다 자결한 김상옥(1923.1.22)과 안동 출신으로 제1,2차국내폭파의거에 관계하고 1952년 한국전쟁 중 이승만 저격의 배후로 체포된 바 있는 김시현(1923.3)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간략하지만 압축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의열단 이전에도 기산도 선생으로부터 의열투쟁이 시작되어 오적암살단의 홍암 나철과 오기호, 그리고 장인환과 전명운, 안중근, 이재명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면서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매헌 윤봉길과 아내 배용순 여사의 일화도 다루었다.

책의 곳곳에 도저히 흐르는 애향심의 바탕에는 의로운 가치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고 장렬한 행동으로 일관한 선조의 '의열'에 대한 존경이 있으니 애국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약산과 석정이 일본왕의 생일, 변소에 왜놈의 깃발을 거꾸로 꽃은 일이 들통나 퇴학을 당했던 그 나이에 밀양의 아이들은 젊어서 단정과 분단국가 수립에 반대했고 조금 더 어른이 되어서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조직적으로 맞서 나갔다. 

그렇게 그들 또한 약산과 석정이 되었고 그 옛날처럼 자신들을 배우는 어린 김원봉과 윤세주가 그곳에서 자라고 있을터이니 참으로 밀양은 의열의 본향이라 할만하다.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저자는 "독립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의 소망은 분단된 조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바로 통일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통일도 어렵습니다. 독립운동처럼 자신의 이념이나 종교, 사상을 다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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