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이 집중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5일 마주한 스웨덴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된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차원은 다르지만 지난 2월 말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이어 또다시 ‘결렬’이라는 쓴잔을 마시게 된 것입니다.

최근 미국 측에서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임에 이어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이 나오고 이에 화답해 북한 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켜세우고 또 김명길 순회대사도 지난달 20일 “곧 진행될 북미 협상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며 분위기를 띄웠기에 이번 실무협상에서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지만 일단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결렬 이유를 두고 북미 양측의 말이 너무 다릅니다.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고 하는데,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5일 실무협상을 마친 뒤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면서 미국 측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비난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새로운 계산법’은커녕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대표단(김명길 순회대사)의 앞선 발언은 8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미.북 실무협상에 창의적인 방안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빈손’ 대 ‘창의적인 방안’. 아직 양측의 입장, 특히 미국 측의 입장이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기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양측의 견해차가 컸으며, 무엇보다 미국 측이 빈손으로 나왔다기보다는 미국식 셈법에 따른 ‘창의적인 방안’을 갖고 나왔으나 북한식의 ‘새 셈법’에 부응하기에는 기대치 이하였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싶습니다.

그런데 하루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결렬 책임으로 하나를 더 추가해 주목을 끕니다. 즉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면서 ‘정치적 목적’을 추가한 것입니다. 이는 하노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코언 청문회를 빌미로 한 결렬 유도를 상기시키면서 향후 미국이 북미 회담을 트럼프의 국내정치, 특히 트럼프 탄핵의 물타기용으로 사용할 것에 대한 경계를 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향후 추가 실무협상의 여부입니다. 미국 측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양측의 견해를 보면 추가 실무협상이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양측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시한부로 정한 올해 말까지 세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다시 재개될 양측의 수요는 충분히 있지만, 이번 실무협상에서 확인됐듯이 여전히 커다란 입장 차이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라는 변수마저 등장했습니다. 시한(時限)과 입장 차 그리고 새로운 변수의 추가.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멀고도 험한 북미 협상의 길이 다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