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던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언젠가 나중에 그것을 할 것”이라면서 방북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설, 정확하게는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방북 초청설이 최근 솟구쳤습니다. 앞서 국내의 한 언론이 김 위원장이 지난달 셋째 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내용을 담은 비공개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1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실마리가 풀린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요지는 ‘평양행,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평양 초청에 대한 대처, 조만간에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고려 그리고 트럼프 자신의 상황 등 현실적 여건과 고도의 전략적 수싸움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트럼프’ 만남이 성사된다면 네 번째가 되는데,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장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장소는 곧 전략과 승패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트럼프는 이제까지 싱가포르 센토사 섬,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모두 세 차례 만났습니다. 앞으로 또 만난다면 다른 제3의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나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또는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으며, 또 이들 장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당시 그냥 지나가긴 했지만, ‘김정은-트럼프’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회동 때 서로 상대를 자국으로 초청한 바 있습니다. 판문점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으며, 김 위원장도 “적절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왜 두 정상은 서로 상대방을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이려 했을까요? ‘회담 장소의 외교학’이라고나 할까요, 외교적으로 볼 때 일단 자신의 안방으로 부른다면 유리한 위치에 서기에 승산이 높겠지요. 아니 굳이 승산을 따지지 않는다 해도 하노이에서처럼 ‘노딜’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저 유명한 시구마냥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기에,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룰 공산이 크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 탐색전을 하듯 물밑 타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 회동 때 서로가 동시에 초청을 제의했다면, 지난달 셋째 주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역제의를 하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서로 간을 보고 있지만, 지난 판문점에서의 전격적인 회동에서도 확인됐듯이 두 정상의 파격적 스타일을 감안할 때, 또 곧 있을 실무협상의 결과에 따라 언제고 북미 정상회담의 평양 또는 워싱턴 개최가 가능할 것입니다.

누가 먼저 움직일까요? 김 위원장의 워싱턴행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이 먼저일까요? 어느 쪽이든 이뤄지는 순간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1항에서 합의했듯이 본격적인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들어가는 역사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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