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킨텍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념 ‘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황지은 기자]

경기도는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DMZ 포럼’을 개최했다. 9월 19일~20일 양일간 킨텍스에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남북평화협력과 DMZ의 평화적 활용방안에 관한 국제적 담론 형성을 위해 마련된 학술행사다.

‘DMZ, 냉전의 유산에서 평화의 상징으로’라는 주제 아래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조셉윤 전 미국 대북특별대표 등이 참여하는 특별 세션과 경기연구원이 준비한 기획세션이 구성됐다.

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회식이 열려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동채 Let’s DMZ 조직위원회 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완상 전 부총리 등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첫 기조연설은 맡은 이재명 도지사는 “경기도는 분단과 대결의 역사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이어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반도는 격동의 시기였다”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지난 6월 남북미 정상희 판문점 회동 등을 언급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지금은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대화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긴 역사의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남북관계는 보다 성숙해졌고 평화와 번영의 기초는 보다 튼튼해진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남북은 군사 분야에서 평화를 뒷받침하는 보장대책을 합의하고 상당부분 이행하고 있다”면서 “남북이 함께 가야할 방향과 이정표를 정해두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표와 방향을 모르고 멈춰 있다면 단순한 정지에 불과하겠지만 이정표와 방향을 알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는 여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어 “이번 DMZ 포럼은 바로 그런 자리”라며 “DMZ포럼이 우리가 가는 길의 이정표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덧붙여 경기도에서 세 가지 방향의 ‘경기도형 남북교류’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는 도민이 참여하고 혜택 받는 남북교류협력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이번 Let’s DMZ 행사를 예로 경기도민과 평화를 바라는 모든 분들이 포럼은 물론이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축제라고 설명했다. 또 “비록 오늘 이 자리에 북녘동포들이 함께 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DMZ에서 남북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겨레의 잔치마당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와 상생하는 남북교류시대’다. 이재명 도지사는 “서해경제특구 건설구상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통일경제특구건설과 맞물려 경기도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며 “남북한 접경지역 전반을 남북협력의 공간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접목된다면 서해경제공동특구는 개성공단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북부는 남북평화경제 교류의 중심으로 각종 물류 경제 및 산업 대북협력의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경기도는 정부의 DMZ거버넌스 구축 노력에 언제나 함께 할 준비가 돼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 방향은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1, 2년 사이에 DMZ는 세계적 평화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작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은 세계인에 깊은 감동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7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 생태계는 자연의 보고이자 판문점과 각종 역사유적이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라며 “경기도는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남북 공동으로 DMZ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며 이재명 도지사는 “나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듯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지정학적 운명과 분단의 현실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주저하거나 마다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것이 경기도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 경기도는 19~20일 양일간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DMZ 포럼’을 킨텍스에서 개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황지은 기자]

두 번째 기조연설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네이팜탄 소녀’ 사진의 주인공인 인권운동가이자 유네스코 평화문화 친선대사인 판티 킴푹이 맡았고 마지막 기조연설은 저술가이자 여성 및 정치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맡았다. 그녀는 2015년 ‘DMZ 평화걷기’를 통해 남북 분단을 가로지르는 실천에 앞장섰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6개의 기획세션을 진행해 참가자들의 선택적 참관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이어지는 특별세션에서는 문정인 교수, 이종석 박사, 박지원 의원, 조셉 윤 전 미국대북특별대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평양 남북공동선언 1주년과 남북평화협력시대, 한반도 비핵화 전망 등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는 DMZ 포럼, DMZ 페스타, Live DMZ, ART DMZ 등을 통칭하는 브랜드인 Let’s DMZ로 명명했다. 또한 Let’s DMZ를 향후에도 다양한 사업들과 연계해 경기도 DMZ 관련 대표 축제 브랜드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네이팜탄 소녀’ 사진의 주인공인 인권운동가이자 유네스코 평화문화 친선대사인 판티 킴푹이 ‘전쟁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황지은 기자]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네이팜탄 소녀’ 사진의 주인공인 인권운동가이자 유네스코 평화문화 친선대사인 판티 킴푹은 ‘전쟁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모두 잘 아시다시피 저 또한 분단국가에서 성장했다”며 “제 이야기는 남베트남의 어느 마을과 그 곳에 떨어진 폭탄, 그리고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자전거에 떨어진 것이 인생에 가장 큰 고통이었던 아무것도 모르는 9살 소녀’였다. 처음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군인들이 자신에게 뛰라고 소리칠 때서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달리던 도로 위로 폭탄이 떨어져 입고 있던 옷이 갑자기 불에 타 없어지고 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며 담담히 이야기를 전한 그녀는 그날의 기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 속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네이팜탄에 얼마나 잔혹한 피해를 입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영상이 끝난 후 그는 “이 일이 벌어진 후 저는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체안치소에 있었다”며 “죽는 일만 기다리던 저를 한 친절한 의사가 사이공에 있는 화상병원으로 이송시켜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수차례의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삶을 회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몸에 가득한 화상 흉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겨우 입학한 의대에서는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밝혀져 또다시 대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쿠바에 있는 다른 대학에 진학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의학공부를 포기하게 된 그는 대신 그곳에서 북베트남 출신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그들은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삶의 여정을 통해 얻게 된 교훈에 대해 공유했다.

첫 번째는 ‘사랑의 힘’이었다. 어린 소녀였던 그가 경험한 가장 강력한 힘은 전쟁의 파괴력이었다. 네이팜탄은 그의 몸 60% 이상을 태워버렸고 흉터를 남겼다. 그는 매일 증오, 분노 그리고 억울함의 파괴력을 경험했다.

그는 “네이팜탄은 저를 죽이지 못했지만 제가 가진 증오 분노 절망은 저의 생명을 거의 앗아갔다”며 “그러나 감사한 점은 아픔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보다 사랑과 용서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대변인으로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결과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예전보다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한은 오랫동안 분단되어있었지만 화해하기에는 결코 늦지 않았다”며 “아무도 과거로 되돌아가서 남북한 분단을 초래한 상황과 의사결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는 용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의 회복을 통해 양방 모두 놀라운 잠재력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은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요소”라고 소리 높였다.

두 번째 교훈은 ‘용서의 힘’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 덕분에 화상 입은 내 몸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마음속의 상처를 제거해줄 수 없었다”며 “과거가 여전히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마음속에서 진정한 평화를 경험해야만 삶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며 “마음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을 용서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그에게 가장 상처를 주었던 이들은 학교에서 그를 멀리하던 친구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과 관계를 회복한 후 큰 기쁨을 경험했다”며 “남북한은 지금 바로 이 갈림길 앞에 서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포럼이 특별한 이유 역시 그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형제들의 재회를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교훈은 ‘나눔의 힘’이었다. 그에게 사진은 일종의 저주였고 참아냈던 고통의 회상이었다. 그러나 그 사진은 역사 속 비극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이용해 전쟁의 공포에 대해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되새겨주고 전쟁을 예방하고자 했다. 또한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목표로 삼았다. 그는 킴 국제재단을 설립해 전쟁 피해 어린이를 돕기 시작했다. 수년 전 자신이 전쟁의 피해를 입었지만 살아남은 것처럼 다른 아이들에게 도움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다.

그는 “남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 또는 되돌려준다는 것이 상상했던 이상의 기쁨과 성취감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나눔이 마음의 치유를 상처해주었고 남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의 오랜 분단은 하룻밤 사이에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며 “인내, 그리고 집요한 갈망을 가져야만 한반도의 통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은 오랜 기간 동안 존속해 온 유·무형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 요구될 것”이라며 “남북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이 도전과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사랑을 되돌려주십시오”라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DMZ 걸어 넘어온 일, 가장 의미 있었던 운동”
 
▲ 저술가이자 여성 및 정치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DMZ를 넘어: 한국전쟁의 종식을 향한 초국가적 여성운동’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황지은 기자]

저술가이자 여성 및 정치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DMZ를 넘어: 한국전쟁의 종식을 향한 초국가적 여성운동’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연설은 2015년 진행한 ‘DMZ 평화걷기’ 영상으로 시작했다. 영상에는 흰 옷 차림을 한 여성들이 DMZ를 직접 걸어 넘어오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는 “소위 비무장지대라는 이 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묻혀있는 곳 중 하나”라며 “우리는 몸으로 DMZ를 넘을 수 있고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없앨 수 있는 경계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한 운동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우리를 너무 순진하다고 비판했다”며 “희망과 비전을 말하는 여성들은 종종 순진하다고 묵살 당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때만 하더라도 남북 정상이 만나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리라는 예측은 할 수 없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야 말로 우리 활동의 목표였던 평화의 첫 발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의 달성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비핵화만이 평화의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상대방이 총을 내려놓기를 바란다면 해치지 않겠다는 확신을 먼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즉, 평화부터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평화협정을 협상하면서 한국 국민과 정부의 염원을 존중해야만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안보를 증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백악관의 주인에게 희망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다”며 “한미 정상이 만났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가 아닌 자신이 관심을 끄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을 활용해야만 하는데, 평화는 그 수단보다 목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쟁이 여성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며, 여성이 어떻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한미군이 가족을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기지촌에서 성매매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들을 수치로 이겼던 인식으로 인해 감히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군인들의 성적노리개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종종 선택이 아니라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집과 클럽에서 일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는 점을 들며 “수치와 오명 속에서도 이 여성들은 가족들의 부양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벌어지면 어린이와 여성들의 삶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전쟁에 대한 발언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허약하다, 여성스럽다는 등의 지적을 듣게 되는 잘못된 이분법 때문에 남성 지도자들이 핵무기를 과시하며 서로를 전멸시키겠다고 갈등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여성들이 협상 테이블에 등장했을 때 전쟁 예방과 위기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이로 인해 유엔과 미국에서 여성들이 분쟁예방, 관리,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한국의 공식적인 평화정책과정에 참여하는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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