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미국 측이 잇달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측의 실망감이나 불만 표현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를 자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의 불만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 ‘국방전략 브리핑’에서 최근의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이(지소미아 종료)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며, 모처럼 한국만을 성토하던 데서 벗어나 일본까지 비난하는 쪽으로 나아갔지만 “이 문제를 빨리 해결, 앞으로 진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해, 여전히 한국 쪽 비판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이날 함께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도 “한일 관계의 후퇴라는 점에서 (에스퍼) 장관의 실망을 공유한다”며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갖고 있지만 매우 강력한 (한일) 양국 간 정보공유 합의와 같이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강연에서 “미국은 문 정부에게 이번 결정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계속해서 분명히 해왔다”면서 “한국에 지소미아에 복귀해서 협정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우리는 실망했다”며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측의 공통의 불만은 심하게 말해 한미 동맹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이기도 합니다.

‘입이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잇단 부정적 반응에 대해 우리 정부는 29일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한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국익이 동맹에 우선한다’는 다소 비장한 ‘국익 우선론’ 입장표명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는 저 유명한 ‘민족 우선론’ 언명이 상기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단 상태에서 외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국익 우선론’과 ‘민족 우선론’은 동등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말해 지금 시기 외세에 대해 ‘국익’과 ‘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곧 ‘자주화’의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은 군부독재 정부와 민족대결적인 정부와 맞선 지난한 투쟁 속에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민주화의 길보다 자주화의 길이 더 험할 수 있습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새삼 빚어진 외세와의 갈등을 ‘국익 우선론’으로 맞서 사실상 자주화의 문을 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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