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난 북미 정상이 실무협상 재개를 합의하고 한미연합군사연습 이후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북한의 무응답에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관측되는 가운데, 한.미는 9월 중 북미대화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북미 실무협상이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끝난 뒤인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열릴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군사연습이 끝나는 대로 만나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던 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으로부터 소식이 오면 즉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북미 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밝히기도 했다.

비건 대표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미국 애틀란틱카운슬에서 밝힌 ‘유연한 접근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대화의 재량권을 위임받은 데다, 러시아 대사 부임설을 일축하면서까지 북미대화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안전보장문제와 비핵화 문제 해결에 관해 북미 간 의견이 달라도 일단은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한미군사연습이 끝난 뒤에도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23일 직접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힐난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지만,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미는 9월 내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리용호 외무상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실무협상은 어디서든지 열리면 되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종료 이후 핵 문제를 쥐고 있는 북한 외무성이 전면에 등장해,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

최근 북한 실무협상 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에 대해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 전 대사가 유능한 사람이고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되, 부드러운 접근법도 가진 좋은 협상 대표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북미대화를 진두지휘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 위원이자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측근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9월 내 북미 실무협상이 반드시 재개되어야 하는 데는 미국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이를 한.미 당국이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할 것이 없다며 넘어가고 있지만, 미국 내부는 생각이 다른 상황.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3월 한 강연에서 “외교적 노력이 열매를 맺을 거라는 희망만을 바라볼 수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기회의 창을 무한정 열어둘 수만은 없다”고 한 발언에서 보듯, 미국 조야가 언제까지 정체된 북미대화를 가만히 두고 볼지 만무하다.

정부는 9월 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도훈 본부장은 다음 달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계기로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을 만날 예정이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최근 북한을 방문,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최선희 제1부상 등과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이어 9월 뉴욕 유엔 총회 기간에 미국을 가는 것도 추진 중이며, 중국 베이징 방문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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