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극적인 회동을 한 이래 2-3주 안에 양국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실부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 줄다리기를 할 뿐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 조처를 취한데 이어 8월 2일에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일본 간 갈등이 첨예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특정 이유도 없이 기습적인 무역전쟁을 일으켰으니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자’는 구호를 외쳐 심금을 울리고 있으며, 나아가 올해 2019년 기해(己亥)년에 일어났으니 ‘기해왜란’이라고 부르자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피식민지 관계에서 벗어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 왔는데 이제 그 불안정한 관계에 금이 가 터진 것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대로 된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한반도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일본과 각각 1대1로 겨루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최강입니다. 힘센 이들이 북한과 한국에 대해 실질적으로 그리고 사실상 오래 전부터 무뢰한마냥 시비를 걸고 못살게 굴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 대 외세’와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로 되도 만만치 않을 텐데 둘로 나뉘어져 있으니 필경 힘에 부칩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내부에 혼란이 있더라도 외침에는 내부 갈등을 중지하고 외적에 힘을 합쳐 맞선 슬기로운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기회가 왔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공조를 하자는 것입니다. 공조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면 됩니다. 민족 공조란 같은 민족의 한편이 어려우면 다른 편이 도와주면 됩니다. 지금 남과 북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것도 어느 한편만 어려운 게 아니라 남북 양쪽 모두 어려운 처지입니다. 북측은 오래된 북미 갈등에서, 남측은 이번에 새롭게 터진 한일 갈등에서 역경에 처했습니다. 서로가 어려울수록 합심협력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바 ‘노딜’로 끝난 이후 양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4월 1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라’며 민족공조에 적극 나설 것을 채근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일 경제전쟁이 첨예화되자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북측에 여러 형태의 공조를 제안한 것입니다.

이제까지 남과 북은 분단된 상태에서, 북측은 고립되어 있었고 남측은 미국 등 강대국에 휘둘려 왔습니다. 모든 일에는 시기와 명분이 중요합니다. 남과 북은 언제고 공조를 할 수 있지만 타이밍과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때가 왔고 눈치를 보는 것도 거추장스러워졌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요구대로 한반도(북미) 문제 해결에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로 나서야 할 때이며, 북측은 남측이 요구한 대로 한일 문제 해결에 있어 남측과 함께 대일 협공에 나설 때입니다. 북미 갈등과 한일 갈등이 남과 북더러 ‘민족공조’에 나서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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