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새로 쓴다’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새로운 사실(史實)이 발견됐거나 또는 현재에 맞게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역사를 ‘새로 쓴다’는 것에는 엄중한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이 가장 강성했던 시기인 고구려 역사라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신간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가 나왔다.

▲ 박경순,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 356쪽, 내일을여는책, 2019.7.

통일운동가이자 이론가인 박경순 씨가 40년 만에 ‘역사학도’로 돌아와 쓴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고구려사를 새로 써야만 했는가? 한마디로 남과 북이 고구려 역사를 함께 쓰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고구려사를 쓰기 위해 민족공조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남과 북이 단결 단합해 고구려 역사에 대한 다른 나라 역사학계의 온갖 오해와 곡해, 왜곡을 씻어내고 우리 민족사의 기둥으로 우뚝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재 남북 사이에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쟁점이 매우 많다. 건국연대, 국가 성격, 평양 지역 낙랑문화의 성격, 고구려의 부수도 존재 유무, 고구려-수·당 전쟁의 위치, 선행국가인 구려국의 존재 유무 등 매우 광범위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쟁점들 하나하나에 대해 엄격한 자료와 끈질긴 논리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꾀하고 있다.

고구려 역사에 대한 남과 북의 이러한 쟁점과 차이에 대해 필자는 구동존이 입장을 취해야 한다면서도, “고구려의 역사 유적 유물이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측 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 현실에 비추어 북측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들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심스럽지만 통 큰 제안을 한다.

이러한 제안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먼저 그러한 시도를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 책은 통일사학의 입장에서 북의 고구려 역사 연구 성과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고구려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했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북측에서 이룬 고구려 역사 연구 성과를 최대한 살린 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 고구려사를 새로 쓰는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4.27 통일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4.27 통일시대’를 맞아 시급한 것은 역사학의 분단을 끝내고 통일사학을 확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 발간의 근저에는 ‘4.27 통일시대’ 더하기 ‘북측 고구려사 연구 업적’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저자의 의도를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고구려사의 재발견을 통해 분단사학을 극복하고 통일사학의 토대를 닦자는 것이다.

저자의 천착 덕택으로,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즉 남측에서 배운 것보다 더 크고 더 강대한 고구려와 만나게 될 것이다. 여전히 주변 나라들과 항시적인 역사전쟁과 맞닥뜨려 있는 우리로서는 어쨌든 ‘더 커진 고구려’와 만난다는 것은 반갑고 기분 좋은 일이다. 새로운 무기를 갖게 됨으로서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리한 장마 중에 또는 찌는 무더위에 모처럼 휴가를 맞는다면 이 책을 한권 가방 속에 넣고 달리는 기차 칸이나 휴가지에서 펼쳐보는 것도 장마나 무더위를 쫒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 광활한 고구려의 기상과 호연지기를 접하는 즐거움에다 ‘더 커진 고구려’와 만나는 덤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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