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기/ 종주대원

 

일시: 2019년 6월 23일 일요일 (당일산행)
구간: 두문동재(싸리재)-금대봉-비단봉-매봉산-삼수령(피재)
산행거리: 10.2km (접속구간 없음) 
산행시간: 4시간 40분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4명

 
 
백두대간 종주대에 참여한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김종택 대원이 처음 종주대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해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거리감 없이 대해주는 대원들과 함께하니 산이 더 좋아지고 산행도 힘들지가 않다. 

2년 전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수술을 두 번 하고 재활을 위해 서울 근교에 있는 가까운 산을 계속 다녔지만  요즘처럼 산행이 즐거운 적은 없었다. 무의식중에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려 살아가던 생활에서 삶에 의식을 깨우는 것이 바로 이 백두대간 산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4개월 여 기간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같이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요즘이다. 게다가 백두대간 종주산행이 남측에서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남북이 통일되어 북측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산행 당일은 설렘에 전날 일찍 잠들지 못하고, 잠이 부족하다보니 기상할 때는 항상 영화  속 좀비처럼 일어난다. 하지만 차가운 아침공기를 맞으니 머리가 맑아지며 모두가 만나는 사당역을 향하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워졌다. 오늘 산행은 두문동재에서 삼수령까지 10km의 구간으로 평소보다 거리가 짧고 예상 소요시간도 5시간 정도라 산행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 아침에 부족한 잠을 버스 안에서 보충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9시 50분경 우리 버스는 출발지인 두문동재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싸리나무가 많아서 싸리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잠시 후 전날 이곳에서 비박을 한 김성국 대원 일행이 우리와  합류하였다. 

그리고 옆에서는 국립공원 직원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는데 그들은 등산객들에게 비상시 응급조치요령을 알려주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 대기하는 사람들이다. 평소에 한번들어 보고 싶은 교육이었는데 마침 오늘처럼 여유가 있는 산행에 적당한 타이밍 이였다. 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 산행을 시작하려니 어느새 10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 국립공원 직원들의 비상시 응급조치요령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들머리 두문동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두문동재에서 출발하고 20여분 만에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금대봉(1418m)이 나왔다. 오늘 산행이 가벼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 쉽게 금대봉에 오르고 보니 조금은 허탈하기도 했다. 잠시 쉬고 있으려니 우리보다 뒤에 출발한 노적봉산악회 사람들이 몰려와 정신을 빼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 금대봉에서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오동진 후미대장(왼쪽)과 변광무 대원 부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늘 산행이 비교적 수월해서인지 선두에 선 종주대장도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가는 중이다. 그래도 산행이 1시간 정도 이어졌기 때문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 휴식중인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잠시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여 20여분 걸으니 수아밭령이 나온다. 한강 최상류 마을 참죽과 낙동강 최상류 마을 화전을 잇는 고개라는 것과 예전에 이곳에서는 밭벼를 심었는데 현재는 재배하는 곳이 없다는 설명을 눈에 담으며 산행은 계속 이어졌다.

▲ 수하밭령에서 이지련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수하밭령에서 박명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김성국, 김경숙 대원 부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수아밭령 출발 후 약간은 험한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작은 전망대로 길은 이어진다. 계속 숲길을 걷다보니 나무와 풀만 보여 조금 지루했는데 일시적으로나마 전망대가 시야를 시원하게 해준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 바로 비단봉(1281m)이 나온다.

▲ 전망대에서 김종택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비단봉에서 김태현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비단봉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담소를 나누며 걷다보니 12시가 넘어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이심전심인지 종주대장이 점심을 먹자며 적당한 곳을 골라주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들 가져온 도시락을 펴는데 밴댕이회에 골뱅이 쌈채소 등 먹을 것이 풍성하다. 대원들끼리 반주도 한 잔씩 곁들이는데 현재 재활 중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움으로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 대원들의  즐거운 점심시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점심을 마치고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고 고랭지 밭을 옆으로 하고 언덕에는 커다란 풍력발전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 풍력발전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까이 갈수록 발전기의 거대함에 위압감이 들었다. 돈키호테라도 감히 달려들기 어려웠으리라. 

▲ 풍력발전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언덕을 넘어서자 백두대간 매봉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바위표지석이 나오지만 여기가 매봉산의 정상은 아니다. 표지석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영화 제목 같이 멋진 이름의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하지만 오늘은 이름값을 못하는 것인지 바람이 별로 없다.  

▲ 매봉산 표과석에서 (좌)오동진 후미대장과 (우)김성국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바람의 언덕에서 (좌)김태현 대원과  (우)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바람의 언덕’을 지나 고랭지 채소밭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매봉산(1303m) 정상이 나오고 조금 더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 매봉산 정상석에서 이민우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투 스키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매봉산 전망대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전망대에서 나오니 또 배추밭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은 돌밭이어서 배추 이외는 심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직은 어린 배추가 심어져 있어 황무지로 보이지만 7월이 되어 배추가 커지면 파란 들판을 이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 산 정상에 넓게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배추밭을 지나자 다시 숲길이 이어지는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갈라지는 곳에 표지석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자 3대강 분수계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물이 한강, 낙동강, 오십천으로 갈라진다고 한다.

우리는 한강을 따라 내려오며 낙동강을 상상하지만, 낙동강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도 여기를 지나며 한강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 본다.  

▲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갈라지는 곳에 표지석에서 강남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갈라지는 곳에 표지석에서 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3대강 분수계에서 전용정 종주대장과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3대강 분수계에서 심주이 총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분수계에서 10여분 정도 내려오니 오늘의 도착지인 삼수령이 보인다. 삼수령 도착시간은 2시50분. 대원들 모두 지친 모습 없이 웃음이 가득하다. 다른 구간보다 짧았지만 알찬 산행이어서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내일의 백두대간 종주가 오늘보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북녘의 백두대간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 산행을 이만 마무리한다.  

▲ 날머리 삼수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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