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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신기록 수립과 양떼목장 사건<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7구간
오동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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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2  0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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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 종주대 후미대장

 

일자: 2019년 6월 9일(토요 무박산행)
구간: 진고개~노인봉~매봉~선자령~대관령
산행거리: 26.59km
산행시간: 11시간 15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2명

03:00 진고개 출발
04:30 노인봉
09:00 매봉
12:20 선자령
14:15 대관령

 

긴장과 설렘의 출발

   
▲ 새벽 3시경 산행에 앞서 들머리 진고개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은 고도 차이가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산행거리를 훌쩍 뛰어 넘는 26Km를 걷는 길이다. 지금까지 가장 긴 구간도 22Km에 불과했다. 이러한 부담 때문인지 신청한 대원도 13명이었는데 출발하는 날에는 12명으로 줄었다.

토요일 밤 11시 30분. 이제 대원들에게는 익숙해진 사당역 1번 출구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제 시간에 맞추어 모두 모였다. 처음 참여하는 기형노 대원을 소개하고 모두들 잠을 청한다.

대간 출발지인 진고개에 도착하니 2시 30분밖에 안 되었다. 차 안에서 잠시 더 눈을 붙였다가 50분에 출발 준비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춥다. 온도가 12도 밖에 안 된다. 고원지대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들머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3시 정각에 어둠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산행은 능선에서 동해도 바라볼 수 있고 선자령의 광활한 초원지대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레는 출발이다.

해발 1000고지에서의 평지 길

   
▲ 진고개 고위평탄면 소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출발지인 진고개는 강릉시 연곡면 삼산4리 솔내와 평창군 대관령면을 잇는 고개로 고도가 960m나 된다. 비만 오면 땅이 질어진데서 온 이름과, 또 고개가 길어서 긴 고개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진고개로 되었다고도 한다.

진고개 정상부는 1000m의 고지에 있음에도 넓은 평야 같은 지형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고위평탄면(침식작용을 받은 평탄면이 융기하여 높은 고도에 위치한 지형)이라고 한다. 융기의 특징으로 진고개 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지만 동해안 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등산로는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는데 땅이 푹신하고 사방이 탁 틔어 있어 걷기 편하다. 길가의 풀에 맺힌 이슬이 밟힌다.

   
▲ 멀리 황병산 꼭대기에는 공군 레이다기지의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평탄한 길을 어느 정도 지나자 나무계단이 나온다. 처음 맞이하는 오르막길이다. 누군가 지리산 영산봉 계단이 170개였는데 앞에 놓인 계단은 800개나 된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막상 오르다보니 얼마 되지 않았다. 노인봉이 가까이 다가오는데도 언덕이 나타나지 않고 평지가 계속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황병산 꼭대기에는 공군 레이다기지의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

아! 황홀한 노인봉의 운해

   
▲ 노인봉에서 본 운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운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노인봉 정상석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km의 거리를 1시 20분 만에 걸어 노인봉 삼거리에 도착하니 먼동이 터오고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정상 근처에 오니 구름이 자욱하고 바람이 서늘하여 춥다. 멋진 일출을 기대하며 배낭을 벗어놓고 완만한 화강암 바위를 가볍게 올라 노인봉(1,338m)에 올라서자 상상도 못한 경치에 환호성을 질렀다.

동해를 지배하고 있는 자욱한 운해. 그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았다. 동쪽은 운무에 가려져 있고 서쪽으로는 동트는 기운을 받은 황병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원들은 이리저리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놓치기 아까운 경치를 뒤로하고 노인봉 무인관리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대간길로 가지 못하고 뒤돌아 가야 했다.

멀리서만 바라봐야 하는 소황병산 구간

   
▲ 소황병산 표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고고하게 홀로 서있는 소나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운해, 숲 그리고 풍력발전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소황병산 구간은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탐방이 제한된 지역이라 다른 사람들의 후기와 사진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다. 소황병산은 1,430m나 되는 높은 산인데도 넓은 평지로 되어 있고 남쪽으로 황병산, 용산,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황병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삼양목장 조성지라 초원으로 개간되었고 고위평탄면으로 되어있어 멀리까지 시원하게 조망하는 경치가 볼만하겠다.

U20축구 소식에 귀 기울이며 오른 매봉

   
▲ 다소 초라한 매봉 정상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매봉(1,173m)은 강릉시 사천면과 삼산리, 평창군 횡계리에 걸쳐 있고 높이 솟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주변의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매봉 주변에 목장이 만들어지면서 넓은 초지가 조성되고 풍력발전단지로 개발되어 백두대간이 광범위하게 훼손된 지역이다.

매봉 오르는 길은 활엽수의 산림과 목초지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정상으로 갈수록 철쭉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산림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백두대간이 끊겨 있고, 삼양목장에서 통제하고 있어 등반객이 많이 올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상석도 초라하게 작은 돌에 검은 페인트로 씌어져 있었다. 매봉 가는 길에 띄엄띄엄 전해진 U20 축구 8강전 세네갈과의 경기는 정말 드라마 같았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탄식과 환호성이 교차하였다. 산속에서 와이파이가 터지지가 않아 궁금함이 더해진 경기였다.

마지막으로 승부차기에서 초반 2명의 선수가 실축을 했다고 했을 때 여기까지구나 했는데 나중에 이겼다는 소식에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잘 했고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고마웠다. 덕분에 우리도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할 수 있었다.

양떼목장 사건

   
▲ 목장 내 '바람의 언덕'.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매봉에서 내려와 다시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삼양목장을 지나야 한다. 들어갈 때는 아침이라 몰랐는데 우리가 내려올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온 관람객들이 많았다. 그런데 초지를 지나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목장의 젊은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는 대뜸 “다시 돌아가라. 사유지 침범이다”는 것이다.

선자령에서 올라와 다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표를 사서라고 가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무조건 목장 정문으로 나가야지 선자령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척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설득하고 사정을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잠시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았는데 우리의 버스가 대관령에 있으니 선자령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 선자령 등산로로 들어서니 그 직원이 차로 먼저 와 있다가 완강하게 막는다. 우리는 몸싸움을 피하며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욕을 하며 몸으로 막기도 하고 회사 부장과 경찰을 불렀다면서 계속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곤신봉 근처 숲속에서 잠시 쉬면서 상황이 변화되기를 바랐지만 대치가 계속되었고, 이번에는 산악용 차량이 요란스럽게 나타나 사진을 찍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경찰차까지 오는 게 아닌가. 일을 크게 만들어 당혹스럽다. 흥분한 부장이라는 자는 우리가 폭력행사를 했다며 고소를 들먹이고 경찰은 큰 사건이 아니하고 판단했는지 귀찮은 표정이 역력하다.

싸움에는 이골이 난 대원들이지만 사유지 침범을 들먹이자 난감했고, 폭력 어쩌니 하면서 협박을 할 때는 코웃음이 났지만 조용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예정대로 내려올 수 있었지만 1시간이나 지체되고 말았다. 별일 아닌 것 가지고 너무 완강하게 나오는 삼양목장의 태도에 기분이 잡쳤다.

등산로를 허하라

대관령 삼약목장은 1972년대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삼양식품에 50년간 1년에 평당 100원으로 500만 평을 임대줬다고 한다. 이런 특혜가 어디 있나. 삼양식품은 주변에 사유지를 100만 평이나 더 소유하게 되었고, 2013년 자료에 의하면 45만 명이 목장을 방문해 입장료 수익만 36억 원을 올렸다고 한다. 입장료를 계속 올려 현재는 8000원이나 되며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땅값도 많이 올라 평당 50만 원이 훌쩍 넘어섰다는 것이다.

막대한 수익창출을 하면서도 지역상생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산림청의 국유지 회수 제의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훼손된 백두대간 구간을 복원하고, 임대기간이 끝나는 2022년에는 국유지로 회수되어야 한다. 그 전에라도 산림청과 삼양식품은 선자령에서 매봉으로 가는 길에 등산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끝없는 초원 선자령 가는 길

   
▲ 선자령을 향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운무 속에 잠긴 풍력발전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선자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엄청나게 빨랐다. 가장 염려했던 뙤약볕은 구름이 적당하게 막아주었고 초지를 가르는 등산로도 힘들지 않았다. 넓은 초지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풍력발전기는 날개 지름이 40~50미터에 이르고 높이도 50~80미터나 되는 규모에 바람을 타고 돌아가면 소리도 엄청나게 크다.

   
▲ 선자령 정상석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선자령에서 남은 음식을 모두 소비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부지런히 걸어 선자령에 도착하니 12시 20분. 잠시 다리쉼을 하며 목도 축이고 간식도 먹었다. 선자령(1,157m)은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성산면 경계에 있는 나지막이 솟은 산인데, 옛 지리서엔 대관산, 보현산, 만월산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하며 왜 봉이나 산이 아닌 ‘령’으로 쓰는지 알 수 없다.

초원에서 만난 사랑스런 꽃

   
▲ 백당나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붉은병꽃나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쥐오줌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해당화.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함박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경이로운 신기록을 세우다

   
▲ 26.59킬로미터를 11시간 15분에 주파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비교적 평탄한 고원 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선자령에서 잠시 쉬며 기운을 보충하고 나선 하산 길은 나는 듯이 빨랐다. 기록을 보니 40분에 3.2Km의 속도로 걸었고, 전체 26Km가 넘는 거리를 11시간 만에 완주하였다. 아무리 평지가 많은 구간이하 해도 우리의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된 것만은 확실하다.

하늘목장길을 지나 초지가 끝나는 곳에서 잠시 쉬며 남은 음식을 방출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등산팀은 우리가 삼양목장 측과 싸우는 것을 보고 되돌아 왔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고, 앞으로 삼양식품은 먹지 않겠다고도 하였다. 결국 등산로를 확보하는 길만이 답이다.

대관령국사 성황사

   
▲ 내려오는 길에 들른 대관령 성황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내려오는 길에 들른 대관령 성황사는 최근에 본 성황당 중에서 가장 크고 활성화된 곳이었다. 지금은 굿을 하는 곳이 많지 않고 바닷가에서나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곳 성황사는 음식도 푸짐하게 두 상이나 차려져 있고 무당이 춤을 추며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성황사는 신라 말 고려 초 고승인 강릉 출신의 범일국사가 모셔져 있고, 산신각 내부에는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 모습을 그린 화상을 모셨다. 국가 무형 문화재 제13호인 성황사는 강릉 단오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라 한다.

대관령 도착

   
▲ 하산 길 개울가에서 씻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관령으로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어 발을 담갔다. 먼 거리를 지탱해준 다리의 피로가 확 풀린다. 물이 어찌나 찬지 채 1분도 견디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 날머리 대관령 등산로 입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2시 15분 대관령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여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대관령(832m)은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으며 고개의 총연장 길이가 13Km나 되고 99개 굽이길로 유명하다.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 허영만의 식객에도 나왔다는 55년 전통 방림메밀막국수 분점에서 막국수와 수육에 소주, 맥주, 막걸리로 신기록 수립을 자축하였다. 이동거리가 짧아서인지 사당에 일찍 도착해 오랜만에 치맥으로 2차까지 할 수 있었던 알찬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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