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깜작 제안’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흥분의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위터에 “한국에 있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이 트윗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다소 돌발적이긴 하지만 한마디로 30일 DMZ 방문 중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에 북측에서도 ‘깜작 반응’이 나왔습니다. 5시간 뒤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하였다”면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북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 측이 공식 제기를 한다면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북한이 신속하게 그리고 공식적으로 화답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북한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중시하기에 언론보도조차 속보보다는 하루 이틀 지나더라도 공정보도를 중시하는 데, 이에 비한다면 신속한 반응은 놀랍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흥미가 없다면 굳이 모른 척 할 수도 있을 터인데 최선희 제1부상이 공식적으로 반응한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북미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두 정상이 생일 축하와 감사 인사를 주고받았다면서 친서를 교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위기 반전의 조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과 북측의 반응은 파격의 연속입니다.

역사는 필연과 우연의 조화 속에 엮어집니다. 예정된 일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돌발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 준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가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것을 적절한 시기에 터트렸다는 점입니다.

29일 오후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DMZ를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데,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당시 함께 DMZ를 방문하려 했으나 기상악화로 인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DMZ 방문에 대비해 현장에서 대북 메시지를 낭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장에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참입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트럼프’의 DMZ 방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난다면, 이는 대형 사건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69년 만에 전쟁의 상흔이자 분단의 표시인 DMZ에서 만나고 여기에 남한도 함께 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종전선언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 직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말 흥미로울 것(really interesting)”이라고 언급했고, ‘내일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자”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습니다.

우리도 30일 DMZ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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