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북미관계의 교착은 풀릴기미가 없고 남북관계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아니 여전히 뜨겁다.

당면해서는 남과 북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나아가 민족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희망찬 길이라는 공감과 기대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즈음 주식시장에서 현대시멘트, 현대로템, 쌍용양회, 대아티아이 등 남북경협주는 연초 이후 평균 60%를 상승했으며,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낙폭이 크긴 했으나 단기 조정을 거쳐 4월 한미정상회담 개최 소식과 함께 동반 강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도 높고 여전히 정세가 불안정한 지금이야말로 북한 투자를 위한 가장 좋은 적기라며 지금 바로 북한 투자하라고 권하는 책이 있다.

▲ 정창화, 『북한투자의 시대-North Rush』, 라온북, 2019.3. [사진제공- 라온북]

『북한투자의 시대-North Rush』(라온북). 

'수익률 1000% 시장에 도전하라'는 부제를 달고 표지 아래쪽엔 '가능하다면 내가 가진 돈을 전부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의 말이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다.

저자는 대구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를 지내고 KB금융지주 상무를 거쳐 북한법률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광화의 정창화 대표변호사.

이 책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북한에 대해 현실적이고 치밀한 이해와 전략을 가지고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 관계자와 개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지침서를 표방하고 있다. 과히 과장은 아니다.

책의 일부에서 북의 정치체제를 '세습 왕조국가'라고 하거나 탈북 엘리트를 통한 관계망 형성이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는 등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없지 않지만 실제 경험과 사례를 통해 대북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고 유망 투자업종을 추천하거나 투자 위험을 회피하는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살펴보는 시도는 유익하다.

저자는 앞으로 진행될 정부 주도 남북경협 사업의 첫 시작은 토목건설, 인프라 구축, 지하자원 개발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관점에서 북한의 토목건설, 물류, 유통, 호텔, 관광사업 등 내수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기업보다 오히려 대박사업의 기회가 더 많은 중소기업은 비교우위가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진출하되 섬유, 식품, 신발, 건설자재 생산공장, 목재공업을 노리라고 권했다.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는 중국, 러시아 접경 지역에 자전거나 오토바이 조립·수리공장을 설립하면 북한 내수시장이나 중국 동북3성을 타깃으로 확실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추천했으며, 가정용 연료사업이나 에너지 산업도 적은 비용으로 투자하기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했다.

일반 개인들은 북한 투자를 테마주로 하는 공모형 펀드 가입 등 간접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발 맞추여 H라인의 남측 접경지역 부동산에 장기투자하거나 7대 대북사업에 독점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 상장회사 등 대북경협 관련주, 또는 수익구조가 건실한 대북투자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는 것, 또는 북한 접경 중국 단둥, 훈춘시 등의 아파트·상가 투자도 추천했다.

북한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 정보기술(ICT)산업은 물론 부동산 투자 유망지역까지 조사했고, 농수산물, 광물자원 등 무역 직거래 아이템을 촘촘히 나열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베트남 투자 성공기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성과와 교훈,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로만손의 성공과 실패, 태창의 금강산 샘물사업 투자 실패 사례, 그리고 중국기업의 북한 투자 실패 사례 등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투자의 기회요인와 위험요소도 꼼꼼하게 다루었다.

그렇다면 북한 투자에 대한 위험요소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북미, 남북관계 변동에따른 정치적 위기 요소를 관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정치환경의 변화를 통제할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북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특히 북한 고위층과 친분관계가 있고 남북을 모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중국의 조선족 기업가들은 한국기업의 사업파트너로서는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국경에 인접한 러시아 하산시와 중국 단둥시·훈춘시를 합작기업의 생산기지로 하고 역량이 검증된 북한 현지 중개인이나 사업파트너를 잘 물색하여 공동사업을 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대북투자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와 공동사업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정치적 격변속에서도 대북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 활용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공여하는 증여 및 앙허성 차관인 공적개발원조(ODA)가 그것.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1차적으로 ODA 활용방안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이해관계국들과 함께 다자간 ODA를 북에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현실화된다면 금액의 다과와 관계없이 북미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의미도 있는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 에너지 기업이나 교통물류 기업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에 북한의 에너지 개발이나 교통 인프라 구축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다자개발은행을 대북사업의 발주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북한 투자의 리스크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어 대북 투자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국제금융기구의 금융지원을 받는 방안이 있지만 국제금융기구에서 북한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다자공여신탁기금을 활용하거나 다자간 펀드를 조성하여 대북투자를 유도하고 여기에 한국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외국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만약 대북 투장에 따른 리스크가 관리 가능하다는 판단만 서면 적극적으로 파생상품을 동원해 리스크 회피를 한 뒤 어떻게든 투자를 감행하려고 하지만 아직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이들 글로벌 투자은행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우리 정부와 국책은행이 먼저 남북공동펀딩의 구조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때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수순이 진행되더라도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 편입되려는 노력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당장 대북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북한 투자 리스크를 담보하는 해외보험사의 해외투자보험상품이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비록 여러가지 한계는 있지만 기존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운영하는 공적 보험인 경협보험과 교역보험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지금까지 이런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북투자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북한 투자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다만 현실세계에서 경제와 정치를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남과 북의 경제, 경제협력 역시 정치 영역과 뗄 수 없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이 책의 이로움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북한을 남의 자본이 초과이윤을 낼 수 있는 투자처 또는 시장으로만 보는 견해는 비정하기도 하거니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가동, 남북교역과 경제협력 등 지난 시기 남북 경제협력은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익을 나누는 경제적 과정이기도 했지만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 위한 길을 찾았던 교류협력의 과정이고 민족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걸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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