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다루는 질문은 △우리가 왜 통일을 해야 해? △북한을 어떻게 믿어? △통일되면 뭘 할 수 있는데? △우리 정말 함께 살 수 있을까? 이다.

저자인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인생을 찾아가는 학교를 표방하는 '로드스콜라'의 청년들과 함께한 4주간의 특강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북에 대한 무지, 즉 북맹은 오래된 금기와 두려움의 영역이기도 해서 심각하고 또 위기이지만, 북맹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자란 청년들과 나눈 통일 문답은 그래서 더욱 생생하고 무엇보다 쉽다.

▲ 김진향,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슬로비, 2019.1. [사진제공- 슬로비]

이 책을 엮은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하면서 깐깐하고 집요하게 이 질문을 던진 '로드스콜라'의 젊은 학생들은 김진향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단한' 변화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미래를 낙관하는 힘은 신기하게도 북을 제대로 알고 나니 생겼습니다. '적'으로 알고 지내온 그곳, 핵과 독재와 세뇌당하며 산다고 여겼던 사람들 말고는 아는게 없던 그곳, 우리 머릿속 지도에서 뻥 뚫린 검은 공간처럼 존재하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말입니다."

그래서 '평화로 가는 북맹 탈출안내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들어가며'에 해당하는 꼭지에서 엮은이 황지은은 '한국이 싫어서, 통일이 싫을 너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주 먼 줄 알았는데, 아주 가깝더군요. 휴전선 너머 윗동네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게 되니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훤히 보입니다. 제가 가야 하는 길이라곤 그 길 밖에 없다는 것을, 한반도 평화시대야말로 내가 제일 잘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그러니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해가는 일은 제 삶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첫장을 넘기자마자 나온 질문은, 지난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껴안는 모습을 보며 느끼게 되는 갑작스러운 혼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평화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 등 평화와 통일로 가고자 하는 남과 북의 의지와 노력이 쌓여 4.27 판문점선언까지 이르게 된 것이고 통일은 이러한 평화 흐름이 오랜 교류와 화해 협력을 거치면서 제도화되는 과정이라는 개념적 정리가 재미있는 일화들과 함께 청년들의 언어로 차근차근 정리되어 있다.

이밖에도 △ 통일하면 우리 손해 잖아요 △ 북한이 평화를 원한다고요? △ 핵부터 내려놓고 말해 △ 스물여덟 김정은, 어떻게 최고지도자가 됐을까? △ 조선노동당은 1984년의 빅브라더?△ 탈북자가 탈북하는 진짜 이유 등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도 명쾌하고 쉽게 풀이하고 있다.

'통일비용론'이란 비현실적인 북의 붕괴,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반통일담론이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비용은 무심코 스쳐가지만 오랜 세월 치르고 있는 '분단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을 '3대 세습'이 아니라 '혁명의 계승'으로 평가하는 것, 그리고 대표자를 선출할 때 비밀투표가 아니라 사전 설득과 토론을 통한 100%찬성을 고수하는 북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과 가치가 다르고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차이가 있는데 대해 북은 이렇게 우리와 다르구나, 그러니 열린 결말로 가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평화적이다.

2008년부터 4년간 개성공단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에게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인 개성공단에서처럼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과정이 곧 통일이다.

그리고 남과 북이 함께 살기 위해 서로 준비해야 할 것은 '상호존중' 이것이면 충분하리라.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