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군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말입니다.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면서 세계인의 눈을 붙잡았는데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입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합니다.

회담 결렬을 두고 북한과 미국 간에 책임전가가 치열합니다. 핵심은 ‘제재 완화 수위’를 둘러싼 이견입니다. 미국 측이 먼저 선공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회담이 결렬된 후인 28일 오후 2시 15분(한국시간 4시 15분)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입니다.

역공에 나선 북한 측은 하루가 바뀐 1일 0시 15분(한국시간 새벽 2시 15분)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서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면서 “그것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양측의 주장이 다르니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정치적 현안이 그렇듯이 결렬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가 하고 따지거나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해서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코언 청문회’가 일정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인종주의자’라고 부르며 폭탄발언을 쏟아냈으니까요. 이 정도라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겠지요. 회담보다는 청문회에 신경을 더 썼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제적 외교문제를 활용할 정도로 무뢰한이자 승부사라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

어쨌든 회담은 결렬됐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완전 파탄 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양측에서 모두 확인됩니다. 새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이 결렬된 직후 28일 오후 “(두 정상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매우 좋고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고는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양측 팀은 향후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하루가 지난 1일 “(두 정상이)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양측이 일단 후속 협상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이번 회담의 결렬을 두고 ‘모든 회담에는 우여곡절이 있다’거나 또는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식으로 상투적이거나 안이하게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북미 회담은 70년 적대관계를 새로운 관계로 바꾸는 중차대한 것으로, 자칫 한순간이라도 회담이 잘못되면 언제고 화약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결렬’이다, ‘합의 무산’이다 하는 평가를 내리는데 분명한 건 앞에서도 밝혔듯이 파탄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파탄나지 않았다면 향후 세 가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양국은 필요에 의해 다시 만날 것이고, 둘째 만난다면 이번 2차 회담에서 그나마 합의된 수준에 근거해 더하기 알파를 논의하게 될 것이고, 셋째 그리하여 회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미가 다시 만나 2차 회담에서 무산된 합의를 뛰어넘는 더 높은 수준의 합의를 내올 것을 기대합니다. 회담은 계속되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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