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 숙소인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사진출처 - 미국무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회담 이틀째인 28일, 합의문 서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렬됐다.

새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매우 좋고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비핵화와 경제적 드라이브를 진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논의했다”면서도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양측 팀은 향후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회담 일정을 제시하지 못 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보다 15분쯤 늦은 오후 2시 15분(한국시간 4시 15분) 숙소인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서도 “오늘은 서명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닐 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북한은 전반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북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결렬 원인과 이후 전망에 대해 설왕설래만 무성한 상황이다.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 내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KPC)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포럼이 회담 결렬 직후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미국은 비핵화에서 진전된 조치를 요구했고, 북한은 제재 완화에 대해서 요구했는데, 이 두 가지 문제가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그래서 대화가 일단 중단됐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요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 변수’가 주효했나?

▲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 내에 마련된 한국프레스센터(KPC)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포럼이 회담 결렬 직후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왼쪽부터 고유환 동국대 교수, Daniel Davis Defense Priorities 수석연구원, 백학순 세종연구소장, 김광길 변호사.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사실상 결렬 형태로 합의를 도출 못하고 연기됐다”며 “북핵 협상의 ‘톱-다운 방식’의 일종의 장점이자 단점이 노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인 변수”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치명적인 폭로를 쏟아낸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제재 일부 완화를 포함하는 합의를 했을 때 외교적 성과로 내세웠던 북핵협상에도 역풍이 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것.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실무협상에서는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한 걸로 안다”며 “국내 상황이 악화되고 코언 폭로가 겹치면서 이 상태로 가면 오히려 국내 비난만 추가될 수 있다고 판단돼서 트럼프 대통령이 뒤엎은 거다”라고 진단했다.

볼튼 보좌관과 ‘플러스 알파’가 걸림돌?

▲ 역사적인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27,28일 이틀 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28일 오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매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양 정상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출처 - 백악관 트위터]

일각에서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안보보좌관이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했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핵시설 외에 우라늄시설인 ‘플러스 알파’가 있다며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한 것에 주목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라인으로 대북협상팀을 구성한 상황에서 28일 확대정상회담에 볼튼 보좌관이 등장한 것이 눈길을 끈 것. 실제로 북측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외무상 2명이 배석했지만 미측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멜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그리고 볼튼 보좌관 3명이 배석했다.

볼튼으로 상징되는 대북강경파 측에서 영변 핵단지 외에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적시하며 사찰이나 폐기 대상으로 제시해 판이 깨졌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미측의 핑계거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미측은 이미 이 시설에 대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북측에도 이 시설 문제를 이미 제기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핵화와 상응조치 범주에 이미 들어간 사안인 셈이다.

또한 “대통령의 의지에 반해 볼튼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나아가 “여차하면 판을 깨고 나와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마저 있다.

트럼프, '하노이 후폭풍' 최소화에 안간힘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근감을 과시했지만 합의문 서명에는 이르지 못 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며 “상당히 훌륭한 지도자고 우리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고 애써 상황을 봉합하려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진전을 이뤘다 생각했지만 합의는 못 이뤘다”며 “그런 합의를 몇주 내에 이루길 기대한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비쳤고,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나고 김 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면서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실무회담을 거친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난, 사실상 결렬임이 분명하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당분간은 북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미국도 특검 정국으로 정신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재역 떠맡은 문재인, 김정은 서울 답방 성사시킬까? 

▲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징검다리가 됐듯이 이럴 때일수록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광길 변호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포럼에서 “개성공단 기업이나 금강산관광 기업 관련 분들이 굉장히 실망이 클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북한의 경제발전과 시장경제로의 진전 등이 비핵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핵화와 제재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도 창조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입지 못지않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향후 행보도 주목거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나 북-러 정상회담, 교황 방북 등 정상외교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국내정치적 상황을 넘어 협상의 기술 ‘판 깨기’ 위협 일 수도 있다”며 “합의 결렬이 아니라 합의 유예다. 서울답방으로 풀자”고 제시했다.

하노이에서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키워보려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며 "차라리 다음 번에 큰 협상을 통해 본질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하면서도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도 한미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한 역할과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추가,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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