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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평화’, 김정은은 ‘번영’?[2차 북미정상회담 D-2] ‘싱가포르 공동성명’ 다시 읽기
하노이=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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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5  19: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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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3일 오후 평양역을 떠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25일 중국 후난성 창사를 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4,500km. 26일 새벽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 베트남 정부는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라 김 위원장이 며칠 내에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위해 나는 내일 아침 일찍 베트남 하노이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비행시간 등을 감안하면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의 관심사 또는 화두는 무엇일까? 

힌트는 지난해 6월 12일 역사적인 첫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있다. 이 문건의 핵심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공동발굴 및 송환이라는 4개의 기둥이지만, 전문과 결론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전문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이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라고 되어 있다.

결론은 “(두 정상은) 새로운 조미관계 발전과 조선반도와 세계 평화와 번영, 안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핵심어를 추려내면, ‘새로운 북미관계’, ‘평화’, ‘번영’, ‘신뢰구축’과 ‘비핵화’라고 할 수 있다. 공동성명의 논리 전개방식을 따라가면, 새로운 북미관계가 평화, 번영의 전제이다. 이 세 분야에서의 신뢰구축이 비핵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발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상당히 배려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미국 국무부 내 대다수 관리들은 ‘우리가 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3주 뒤인 7월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실패로 끝난 배경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 말기인 2012년 북.미가 합의에 이르렀으나 곧바로 파기된 ‘2.29합의’를 보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2.29합의’ 때는 미국 발표문과 북한 발표문이 달랐다. 논리 전개는 완전히 거꾸로였다. 

미국 발표문에 따르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 활동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 유예를 감시.검증하고 5MW 원자로 시설 불능화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에 동의하였다. 

미국은 영양지원 24만톤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서 미국은 △대북 적대 의사 없음과 북미관계 개선조치 용의,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공동성명’ 준수 의사, △한반도 평화.안정의 기초로서 1953년 정전협정 인정, △문화.교육.스포츠 분야 등에서 인적교류 의향,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의 민생을 겨냥하지 않음을 밝혔다. 

북한 발표문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조성조치들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보장,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했다면서, 미국 측 발표문을 정반대로 나열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 발표에 없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다시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 이 성명 이행을 위한 큰 틀의 계획, 향후 몇 개월 간 양측이 취할 비핵화-상응조치들을 조율하고 확정하는 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에서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신의 슬로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분투”라고 밝혔다. 21일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팩트시트’ 제목도 “미국, 한반도, 세계를 위한 변혁적 평화를 이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이 발매한 기념주화에는 “평화 위한 새로운 길”(New Avenue Towards Peace), “평화 회담” 글귀가 새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쟁’ 중인 뉴욕타임스가 22일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만나면서 그의 역할을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 확고하게 잡았다”고 꼬집은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몇개의 핵.미사일 시설 접근 및 폐기와 ‘평화선언’을 교환하려 하고 있다고 알렸다. ‘몇개의 시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영변 핵시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평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은 노벨평화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관련 연설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줬다고 공개한 바 있다. 

반면, 전용열차를 타고 남하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번영’에 무게를 둔 것처럼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확인하면서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신뢰 조치’와 ‘상응 행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남북관계 관련 발언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온 겨레가 북남관계 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했으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 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올해 화두이자 이번 회담에 임하는 열쇳말은 ‘번영’인 셈이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들이 대남.대외(김영철, 리수용, 리용호, 최선희), 안전(노광철)에 치중됐다면, 이번에는 경제를 담당하는 오수용 당 부위원장이 추가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번영’은 ‘제재 완화’와 직결된 문제다. 

25일 현재 하노이 뒤 파르크 호텔에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미국담당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8일 발표될 ‘공동성명 초안’을 놓고 치열하게 협의 중이다. 

현재까지의 기류를 보면, 북.미가 새로운 관계 수립의 일환으로 평양-워싱턴에 연락사무소 개소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관련해서는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까지 제재 완화는 공동발표문에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면제 등의 양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촉진하고 이후 추이를 주시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리는 지금 식민과 전쟁,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받던 시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손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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