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고 발표하자, 국제사회는 대체로 예상한 대로라면서도 부쩍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외신은 개최 도시로 하노이와 다낭을 유력 후보로 꼽으면서, 북한은 하노이 미국은 다낭을 선호한다면서도 다낭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베트남은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에게 친근한(?) 편입니다. 베트남을 통일한 북베트남은 베트남전쟁에서 남베트남 편에 선 미국과 전면전을 펼쳤으며, 한국은 미국의 ‘용병’으로 북한은 북베트남의 ‘지원군’으로 각각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통일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를 채택하고 점진적인 시장개방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후 미국과 5년간의 관계 회복 시기를 거쳐 1995년 국교를 정상화했습니다.

이처럼 ‘통일’, ‘미국과의 전쟁’, ‘사회주의’, ‘개혁개방’ 그리고 ‘미국과 수교’ 등 북한 및 미국과 연결된 핵심 키워드를 지닌 베트남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합니다. 벌써 호사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와 검증 문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취하고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 양국 간 인적·문화적 교류, 종전선언 등을 할 것이라고 대담한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 2차 회담의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몇 가지 면에서 1차 회담 때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1차 회담에서 합의한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으로 이들 합의가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는데, 이번 2차 회담에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1차 회담에서 신뢰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면 2차 회담에서는 그 신뢰구축에 기반해 동시행동을 통해 무언가 주고받기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긍정적인 징조가 미국 측과 북한 측에서 각각 나타났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한 것입니다. 이는 어떻게 해서든 회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아울러 2차 회담이 1차 회담 때의 하루에 비해 이틀로 늘어난 점도 두 정상이 충분한 회담과 논의를 거쳐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소산으로 보입니다.

북한 측에서는 2차 회담의 분수령이 될 실무회담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부른 점입니다. 통상 북한이 상대편을 자국으로 부른다는 것은 뭔가 확실한 해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6일 오전 10시께 미군 수송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로 평양을 방문한 뒤 8일 오후 5시 30분께 돌아왔습니다. 북한에 만 사흘이나 체류한 것입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방북 기간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협상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국이 화제의 초점인 실무협상과 관련해 함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 합의점을 찾았더라도 정상회담까지 약 3주간이 남았기에 그 사이에 얼마든지 수정 보완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양국이 최종 종착지인 관계 정상화에 도달하기까지에는 몇 차례의 회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무회담으로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듯이 이번 달 27-28일에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려보고 또 이후에도 진행될 실무회담, 고위급회담 그리고 정상회담 등을 기대해 봅시다.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한 북미간의 회담은 여러 형태로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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