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뭔가 될 듯 될 듯하다가 딱 멈춰버린 북미관계가 새해 들어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명하자, 이는 곧바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의 17-19일 방미로 연결되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곧바로 백악관으로 직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후 “우리는 아마도 2월말 언제쯤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2차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북한 대표단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미국 대표단이 곧바로 19-21일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2박 3일간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북미가 짧은 순간에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 형태로 만난 것입니다. 만난 건 분명 좋은 징조이건만, 양국간 합의된 게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한편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언론보도로 ‘빅딜’ ‘스몰딜’ 얘기가 나오면서, 북한 측이 영변핵시설 등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내놓고, 미국 측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제재 면제 조치로 상응한다는 등의 그야말로 설만 무성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긍정적인 징조는 있습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점, 특히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방미 결과와 함께 트럼프 친서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또 하나의 좋은 만남을 기대한다.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화답한 점입니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열린 ‘최선희-비건’과의 남북·미 3자 회동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5일 “다들 미소를 짓고 헤어졌다”고 밝힌 점 등입니다.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북미관계가 일단 순풍을 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한꺼번에 ‘김영철-폼페이오’ 회담과 ‘최선희-비건’ 회담이 열렸고, 2월 말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또다시 북미간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미 대화라인이 정상화됐다는 점입니다.

북미는 6.12공동성명 1항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는데, 이는 대화라인의 정상화 수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동안 북미는 정상간의 회담과 친서 교환 등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양국관계를 이끌어 왔으나, 고위급 회담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으며 실무급 회답은 아예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비건이 파트너인 최선희와 만나자고 몇 번이고 타진했으나 북한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최고위급인 ‘김정은-트럼프’의 친서 교환, 고위급인 ‘김영철-폼페이오’ 회담, 이어 실무 책임자급인 ‘최선희-비건’의 협상이 모두 이뤄진 셈입니다. 그리고 향후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비건 대표와 그의 새로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와의 실무협상도 머지않아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6.12북미공동성명 이후 6개월여 만에 양국은 ‘새로운 관계 수립’의 출발인 ‘대화라인의 정상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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