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간된 『2018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의 적” 표현이 삭제됐다.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상황을 토대로 운용적 군비통제를 넘어 구조적 군비통제를 위한 제반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15일 “국방정책을 홍보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군사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8국방백서』를 발간하였다”며 “현 정부에서 처음 발간되는 국방백서로 2년간의 국방정책 성과와 향후 국방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국방백서의 특징은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삭제한 것. 북한에 대한 ‘주적’표현은 2004년 이후 삭제된 뒤, 2006년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2008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표기됐으나 2010년부터 ‘적’ 표현이 부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에 대한 ‘적’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포괄적으로 기술했다. 

국방부는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점증하고 있는 잠재적 위협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간된 『2018국방백서』에 “북한군의 우리의 적” 내용이 삭제됐다. 위는 『2018국방백서』, 아래는 『2016국방백서』. [캡처-2018국방백서]

『2018국방백서』는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왔으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국방목표를 제시했다.

『2018국방백서』는 군사전략 부분에서도 “북한의 다양한 도발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방위역랑을 확충한다”는 『2016국방백서』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를 추진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진전에 따라 실질적인 군비통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국방비전에 맞춰, “북한 위협에 대해서는 위협 감소를 통해 전쟁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군비통제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한다”고 명시한 것.

『2018국방백서』, “‘구조적 군비통제’ 제반조치 준비”

국방부가 『2018국방백서』에서 이같이 대북관을 바꾼 배경은 지난해 9월 체결된 ‘군사분야 합의서’가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8국방백서』는 ‘7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군사적 보장’이라는 내용을 따로 두고, “국방부는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는 가운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견인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반도 종전선언 등을 통해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진전과 연계하여 군사적으로도 본격적인 신뢰구축과 함께 군비통제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비통제 추진과 관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맞추어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의 이행 정도를 고려해 ‘운용적 군비통제’와 ‘구조적 군비통제’를 위한 제반조치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지난해 남북 간 운용적 군비통제가 진행됐다면, 올해에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군사력의 규모, 편성 등 군사력을 구성하는 실질적인 요소인 병력과 무기체계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감축하는 ‘구조적 군비통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2018국방백서』에서 ‘북한 주적’ 삭제 배경 중 하나는 “(북한이) 2018년 들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표방하면서 남북 및 대외관계 개선 등을 통해 평화적 이미지를 부각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정립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북한은 당국 및 민간차원의 대남접촉을 지속하는 한편, 합의된 사항들에 대해서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에 호응하고 있”어, “앞으로도 경제활로 마련에 유리한 외부적 환경 조성을 위해 큰 틀에서 남북 간 협력 및 교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백서가 밝힌 북한의 대남 침투.국지도발 일지에서도 확인됐다. 백서에 따르면, 2010~2015년 251건의 도발 사례가 있었지만, 2017년 5건, 2018년 0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17년의 경우, 1월 북한 상선 동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6월 탈북 가장 침투 간첩 검거,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시 총격 등이었다.

▲ [캡처-2018국방백서]

“북한군 병력수 128만여 명..핵 능력은 여전히 미흡”

『2018국방백서』는 북한군 병력수는 128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6년 발표와 같은 수치이다. 

북한의 군사지휘기구도 새롭게 수정됐다. 총정치국 산하였던 보위국은 최고사령관의 지도를 받는 조직으로 분류됐으며, 평양을 방어하는 고사포군단이 새로 편성됐다.  

이번 백서는 북한 전략군에 대한 분석을 상세하게 수록했다. 백서는 “북한은 전략로케트사령부를 전략군으로 확대 개편하여 별도의 군종사령부로 운용하고 있으며, 사령부 예하에 9개 미사일 여단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시험발사를 추가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실거리 사격은 실시하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 북한의 군사지휘기구도. [캡처-2018국방백서]

북한 핵 능력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기술 수준은 실전에 운용하기에는 미흡하였으나 최소한의 핵폭발장치를 제조하고 폭발시킬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실전에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방사포에 대해서는 “최근 개발이 완료되어 일부 배치된 300mm 방사포는 중부권 지역까지 공격이 가능하고, 122mm와 200mm 견인방사포를 추가 생산해 전방과 해안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최근에는 사거리 연장탄 및 정밀유도탄 등의 다양한 특수탄을 개발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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