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습니다.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특사가 친서를 가져온 이후 처음이며, 특히 새해를 앞두고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 최고지도자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는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한 해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점,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점 등 세 가지입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화답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온 경로로 자신의 친서를 보내고 싶었겠지만 시간적 여유나 여건이 안 맞기에 SNS로 답신을 보낸 것으로 판단됩니다. 문 대통령은 답신에서 김 위원장의 서신 세 가지 내용에 대해 각각 견해를 전하고는 “진심을 가지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새해를 앞둔 세밑에 두 정상이 서신과 SNS를 통해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면 상호 신뢰관계는 확실히 구축되었다고 보입니다. 우리의 또 다른 관심은 내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의도입니다. 

최근 북측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이 활동이 뜸한 편인데다 며칠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나 ‘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 참석 때도 남측이나 미국 측에 대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고, 내년 1, 2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양국관계의 교착상태로 인해 멈칫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던 참입니다. 

그러기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던 터입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듯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특히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띄울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러던 참에 2019년 이틀을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에서 신년사의 편린을 엿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북측이 어떤 메시지를 통해 징후를 내보이는 면이 강한데, 이번 ‘김정은 친서’도 사실상 2019년 신년사의 기조를 예고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리 보는 신년사’라고나 할까요?

북측 신년사의 서술 체계가 통상 △북한 내부,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고 볼 때, 다른 건 몰라도 남북관계는 이번 친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 정상의 확고한 신뢰관계가 확인된 만큼 특별한 걸림돌이 돌출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순항할 것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새해 들어 조만간에 성사될 공산이 큽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인데,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기에, 북미관계는 남북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남북이 합심협력 하면 북미관계도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 친서’의 핵심은 민족공조에 있습니다. 남과 북이 공조를 하면 미국을 설득하거나 무력화시키면서 사실상 수직적 관계인 남북관계와 적대적 관계인 북미관계를 각각 수평적 관계와 평화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올해 구축한 두 정상의 신뢰가 내년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북측 2019년 신년사에 민족공조가 특별히 강조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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