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직은, 속된 표현으로 “좋다가 말았네”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양국관계를 보면 자칫 일이 틀어지면 앞으로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입니다.

지난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양국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으니 이는 천지개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곧이어 양국은 6.12공동성명에 합의한 대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돼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여정을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뭔가 될 듯 될 듯하다가 결국 별로 진행된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마디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뭔가 협상을 하자면 하나씩 주고받는 건 상식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얻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주기만을 한다면, 그런 협상은 바로 깨질 것입니다. 북미 양국은 ‘비핵화-평화체제’라는 목표를 향해 하나씩 주고받게끔 되어있습니다. 이를 두고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요.  

올해 들어 양국이 대화를 나눈 이후 지금까지 서로 주고받은 걸 잠깐 일별해 봅시다. 북한은 비핵화를 향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한데 이어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습니다. 군사적·인도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미국은 무엇을 했습니까? 언뜻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미국은 상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한다면 북한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양국이 물 흐르듯 하나씩 주고받으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미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자진해서 취한 조치도 없지만, 북한이 요구한 종전선언을 거부했으며 또 대북제재를 일부조차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1년을 결산해야 하는 지금 북한으로서는 미국 측의 ‘이기적인 행위’ 앞에서 난감하겠지요. 

미국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미국식 생각’이고 또 ‘철지난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착각에 빠지지 말라고 북미가 합의한 6.12공동성명 제1항에는 다른 것도 아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고 나와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관계란 ‘동등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미국이 낡은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상응 조치를 하지 않으니 북한이 버티는 건 당연합니다.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북미 고위급회담을 타진하는 것 같은데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박 4일간 청와대·외교부·통일부를 들락날락거리며 무언가를 내놨는데, 이게 영 시답지 않습니다. 비건 대표는 19일 입국하면서부터 대북 인도 지원 확대 가능성을 작심한 듯 언급했으며, 20일에는 판문점도 찾았습니다. 21일에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현안인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26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했으며 또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북한 지원과 남북 유해 발굴 사업의 진행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합의를 봤습니다.

분명 비건 대표가 뭔가 대북 유화책을 쓴 것 같은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이는 북한 측이 기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지요. 줄 듯 줄 듯 하다가 생색만 낸 격이 되었습니다. 줄 바에는 화끈하게 줬으면 했는데, 이 정도로 북한이 움직일 것이라 봤다면 ‘대북 초보자’인 셈이지요. 사실 비건은 파트너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조차 아직 만나고 있지를 못합니다. 비건이 한국에 왜 왔다갔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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