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특보와 시민들이 2019년 평화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고 외치며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새로운 평화의 규칙 8가지’를 제시했다.

13일 오후 7시, 전주 중부비전센터에서 문 특보가 ‘새로운 평화의 규칙과 한반도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대학생, 청소년과 대담을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 행사는 전북겨레하나가 주관하고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전북본부, 남이랑북이랑, 전북불교네트워크, 전북예수살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NCC, 전주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전주YMCA, 한몸평화 등 전북지역 평화통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 행사를 공동주최한 11개 평화통일 시민단체 대표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평화는 꿈꾸고 상상하는 자들의 것

문정인 특보는 기조 강연을 통해 2018년 평화의 새 시대가 열렸고 이를 더욱 공고화해야 한다며 ‘새로운 평화의 규칙 8가지’를 제시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할 것, △역지사지가 평화의 기본, △실사구시의 자세, △신뢰와 선공이 평화의 선제 조건, △경제가 평화, △칭찬이 평화를 만든다, △상상이 평화, △평화는 이 시대의 상식과 순리가 그것이다. 

▲ 평화의 새로운 규칙과 한반도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는 문정인 특보.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서구 군사전략의 기본이었던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제는 전쟁이 일상이고 평화가 예외였던 유럽의 과거에는 합당했을지 몰라도 한반도에서는 불신과 갈등의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종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Peace Making’과 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Peace Building’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을 악마화하고 헤아리려 하지 않으면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역지사지’와 ‘실사구시’를 주문했다. 역지사지는 공감을 만들고 실사구시는 변화하는 북한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선 신고사찰 후 종전선언’ 대 ‘선 종전선언 후 신고사찰’이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협상의 타결책으로 신뢰와 선공후득(先供後得, 먼저 주고 나중에 얻는다)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죄와 벌’ 관점으로 접근했다며 좋은 행동에 대한 ‘칭찬’과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인 특보는 ‘평화는 꿈꾸고 상상하는 자들의 것’이며 분단과 적대의 과거에 집착하는 자들은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경제가 곧 평화요, 68년 동안 지속되어 온 전쟁을 끝내고 함께 번영하는 것은 이 시대의 상식과 순리라고 역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과 중시하는 스타일 

▲ 김성희(전북겨레하나 사무총장), 임정우(전북대 경영학과 4), 박지환(신흥고 3)과 대담을 하고 있는 문정인 특보.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강연 후 김성희 전북겨레하나 사무총장이 진행하는 대담이 이어졌다. 대담에는 대학생과 청소년이 패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북지역대학생겨레하나 회장인 임정우(전북대학교 경영학과 4)와 전주YMCA에서 활동하는 박지환(신흥고등학교 3)은 ‘평화의 규칙’(문정인, 홍익표, 김치관 공저)을 읽고 궁금한 점을 정리해 질의에 나섰다.

문정인 특보는 대학생 임정우 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본 느낌을 묻자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보좌진이 필요 없을 만큼 제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인 김여정 부부장의 선량한 모습, 리설주 여사의 겸손한 태도를 감안해볼 때 비이성적이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17시간 이상 대화한 것을 봐도 마찬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 대통령이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과는 오래 대화를 못한다”고도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며 성과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도 오면 무엇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환 군이 김정은 위원장 환영움직임을 거론하자 문정인 특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을 하러 오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부터 나서서 반대를 할 것이다. 비핵화를 하고 평화를 하러 오겠다는 것이니 환영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대답했다.

일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에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고 “반대 측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며 “현행법과 미풍양속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의 표현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자산 운용비용 포함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상황에 맞지 않아

▲ 대담을 마친 후 박지환 학생이 문정인 특보와 포옹을 나누었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핵문제와 북미 평화협상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미국이 신고 사찰을 강조하면서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측은 정전협정 상황에서 이런 리스트를 주는 건 공격 지점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본다. 또 미국이 신고 내용을 불신하면서 더 난항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니 동시행동으로 나가야 하는데 행동을 하고 싶어도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또한 보수 측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미동맹과 핵 보유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이 미래에는 민족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일부 관점이 있다는 말에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한 손실, 과도한 군비 경쟁, 주변 국가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제기될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됐다. 북측에서는 외부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협상이 잘 진행돼 북미수교까지 가다보면 미국 내에서 인권 문제가 꼭 나온다는 것이다. “북미수교는 상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한데 그동안 북이 악마화되어 있어 이게 쉽지가 않다. 일정한 여건이 조성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의회에서 인권 문제를 설명하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서 공감을 얻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문정인 특보는 미국이 1조 3500억 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는데 여기에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자는 분위기에서 이런 비용을 신설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내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청중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경청했다. 대담 후 한반도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며 2018년에는 평화의 문을 열었으니 2019년에는 ‘성과를 내는 해’가 되도록 마음과 행동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 대담 후 ‘평화의규칙’ 저자사인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 전북겨레하나가 운영하는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문정인 특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 행사 전 전북겨레하나 청소년평화통일기자단이 ‘가자 통일로’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전북겨레하나]

 

(수정,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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