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만 움직이고 미국은 들어붙은 듯 꿈쩍 않고 있는데 어떻게 협상열차가 움직일 수 있겠는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시간은 미국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것이다’이라는 제목의 ‘정현’ 명의 논평을 통해 “지금 조미협상은 교착상태에 있”고, “두 말 할 것도 없이 미국 탓”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유해 송환 등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선의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조선이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비핵화 과정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떠벌이고 있”는데 “눈팔아먹고 소경질 하고 귀막고 벙어리 흉내내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조선이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조선에 너무 많은 당근을 주었다고 파렴치한 나발까지 불어댔다”면서 “‘너무 많이 주었다’고 하는 그 ‘당근’”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시돋힌 폭언들”과 “새로운 제재조치와 ‘제재주의보’의 연발, 날로 광포해지는 대조선 인권압박소동”인가고 되물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제2차 조미수뇌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핵신고서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마치 큰 양보나 하는 듯이 냄새를 피웠”는데 “그 무슨 신고서란 우리더러 자신을 타격할 좌표들을 찍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서 미국이 그 부당함과 무례함을 깨닫고 스스로 철회한 것이 결코 당근을 준 것으로 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통신은 “우리와의 협상탁에 ‘온화한’ 표정으로 앉았던 고위인물이 제 집에 돌아가서는 ‘불량국가’니, ‘최대의 압박’이니 하고 실컷 험담해대고서는 다음번에 또 와서 천연스럽게 히죽거리며 손을 내미는 것을 보면 낯가죽이 두터워도 여간 두텁지 않다”고 질타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 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불신임을 내비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한 내에서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다는 징후로도 읽힌다.

통신은 “출로는 미국이 우리가 취한 조치들에 상응한 조치들로 계단을 쌓고 올라옴으로써 침체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그 전제는 제재압박에 시간과 정력을 쏟아붓는 것이 허망한 노릇이라는 것을 가급적으로 빨리 깨닫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응한 조치들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은 연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예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와있는 지점에 미국이 당도하기를,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 허튼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제할 바를 다하였을 뿐아니라 공동의 출발선에서 일방적으로 너무 나간 우리가 아직 원점에 앉아 뭉개며 헛소리만 치는 미국에 해줄 말은 ‘한 바퀴로는 달구지가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통신은 “미행정부의 관료들에게 조미관계를 해결하려는 진정이 확고하고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피코 언제인가는 제가 쌓아놓은 가시덤불을 제 손으로 치워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속에서 불을 피울수 없듯이 조미관계개선과 제재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면서 “시간은 미국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것”이라는 말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13일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뿌리 깊은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는 기명 논평을 통해 지난달 29일 미국이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에 따라 2019회계연도에 북한 등 22개국에 대한 특정자금의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 결정문을 발표한 것이 “얼토당토 않”다면서 “악랄한 반공화국‘인권’제재압박책동의 연장”이라고 성토했다.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비열한 책동은 싱가포르조미수뇌회담의 정신에 배치되는 적대행위”라며, “앞에서는 두 나라간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확약하고 돌아서서는 대화상대방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으며 제재압박책동에 광분하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는 내외의 비난과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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