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전’이 시작했다. 남북 정상은 북측 고려 유물 전시에 구두 합의를 했지만, 결국 유물이 오지 않았다. 사진은 북측 유물인 고려 태조 왕건 좌상이 전시될 연꽃모양 받침이 들어있는 유리관 옆에 나란히 전시된 희랑대사 좌상. 희랑대사는 왕건의 스승으로, 1100년만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전’에 기대를 모은 북측 고려시대 유물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북 정상 간 구두 합의사항이었음에도, 남측의 실무협의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날 “지난 10월 말경 북측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측에 ‘대고려전’과 관련한 유물 대여 실무협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며 “결국, 북측 유물을 제외하고 고려시대 유물을 전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019년 3월 3일까지 진행되는 ‘대고려전’에는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4개국 11개 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려시대 유물 등 450여 점이 전시되지만, 북측의 유물은 전시되지 않은 것.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2006년 처음 남측에 전시된 고려 태조 왕건 좌상이 이번 ‘대고려전’에도 모습을 보이길 희망했다.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대사 좌상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는 극적 효과도 보려던 것. 희랑대사 좌상은 1100년 만에 처음으로 해인사 문을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서울에서 대국민보고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고려전’ 북측 문화재 전시를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의 후속조치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10.4선언 민족통일대회’를 계기로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대고려전’ 유물 전시를 협의하는 등 남측은 공을 많이 들여왔다. 하지만 10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 공연에 이어 또 다시 남북 간 문화교류가 무산된 것. 북측이 당국 간에 합의된 교류사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협력문제들은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서 협의 중이다. 아직 협의 중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국립중앙박물관은 스승과 제자의 천백 년만의 만남을 희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대고려전’ 기간 중이라도 북측과 협의를 진행해 유물이 전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1100년 만에 제자를 다시 만날 희랑대사 좌상 옆에는 왕건 좌상을 위한 빈 유리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고려전’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고려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전시로, 14세기 작품으로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에 소장 중인 ‘아미타여래도’, 가장 오래된 목판인 ‘대방광불화엄경’,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주자(銀製注子) 등이 모습을 보인다.

(추가, 10:48) (사진추가,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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