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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소백산에 오르니 여기가 천상이로구나<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37구간
오동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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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30  15: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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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 후미대장

 

일시 : 2018년 11월 9~10일(무박)
구간 : 어의곡리~어의곡삼거리~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고치령~좌석리
거리 : 18.27Km(접속구간 4.7km 포함)
시간 : 9시간 53분(휴식시간 포함)
인원 : 9명

 

   
▲ 37구간 산행지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거리 및 시간 정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고도 정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차가운 별빛 속에 오르는 고행의 길

무박산행을 앞두고는 항상 긴장된다. 산행거리도 길지만 움직이는 차안에서 밤샘을 해야 하기에 피곤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부터는 술도 자제하고 몸도 관리하게 된다. 그날 배치된 차량도 중요한 변수다. 낡은 차량이 배정되면 덜컹거리고 소음이 심해 잠을 설치게 되어 더욱 피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참가자도 당일산행보다 줄어든다. 이번 산행 참가인원은 9명.

   
▲ 새벽 들머리 어의곡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예정대로 11시 30분 사당역을 떠난 전용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새벽 3시에 36구간 종착지였던 어의곡리 새밭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준다. 전속으로 예약한 25인승 차량은 비교적 새것인데다 좌석도 편안한 것으로 개조했고, 뜨거운 물과 커피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으며 기사님과도 정이 들어 한층 안정감을 준다. 가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다른 차량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이보다 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의곡리는 불과 2주전에 하산한 곳인데도 낯설게 느껴진다. 깜깜한 밤이라서 그럴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한다. 고도를 나타낸 사진에서 보듯이 출발지인 새밭주차장은 해발 421m이고 어의곡삼거리는 1400m가 넘는다. 1000m의 높이를 계속하여 올라야 하는 고행의 길이 앞에 놓여있다.

   
▲ 어둠 속에 헤드랜턴을 켜고.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소 쌀쌀한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고 출발하였지만 1Km도 못가서 옷을 벗어야만 할 정도로 바람도 없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봄과 여름의 새소리, 가을의 풀벌레 울음소리는 겨울의 찬바람에 밀려나고, 계곡의 물소리, 스틱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 무거운 등산화 끌리는 소리만이 밤하늘에 퍼질 뿐 한줄기 헤드랜턴 불빛 속을 걷는 대원들은 말이 없다.

잠시 쉬는 시간에 모두 불을 끄고 높다란 침엽수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에 탄성을 지른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별들 중에 지구라는 푸른별에 우리가 태어난 것도 신기하지만, 46억 살이라는 지구에서도 200년밖에 안된 인류로 태어난 것도 인연일 것이다. 더구나 전쟁도, 굶주림도 없는 평온한 이 시대에 이곳에서 태어나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산에 와서 별을 볼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특별한 존재이고 행복한 사람인가.

우리 은하계만 해도 2,000억 개의 별이 있다는데 저 많은 별들 속에 분명히 생물이 있을 것이다. 저 멀리서 별이 반짝거리는 것은 어쩌면 외계인이 지구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새벽부터 배가 출출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야간산행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해돋이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 올라야 할 길이 멀다. 땀으로 젖은 몸도 식어 추위를 몰고 온다. 움직여야 한다. 국립공원답게 등산로는 잘 닦여 있었지만 발바닥이 아픈 돌로 다져놨기 때문에 편한 길이 아니다.

끝없이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뿐이라 더욱 힘이 들었다. 하산 때의 기억은 전혀 없다. 그때는 비가 왔는데..... 완만한 경사가 끝나면 또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나타나 괴롭힌다. 가끔 송진 냄새와 함께 잣나무 군락으로 짐작되는 침엽수 구간에서는 흙길에 부드러운 낙엽이 쌓여있어 푹신함을 준다.
 

   
▲ 해돋이 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새벽산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해돋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7Km. 기나긴 오르막길이 끝나는 어의곡삼거리에 올라서니 아직 어두움을 끌어안고 있는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밀려온다. 다행인 것은 그 악명 높은 소백산의 칼바람은 아니었다. 이제서야 어렴풋이 지난 산행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능선에 올라서니 가장 험난한 코스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몰려오고 이제는 해돋이를 보겠다는 욕심도 스물스물 솟아난다. 무박산행의 꽃은 해돋이다. 이정표에는 2.2Km 남았다고 알려주는 국망봉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시간을 보니 빠듯하다.

어쨌든 가보자. 어둠이 밀려가는 능선길을 부지런히 걷다보니 어두운 구름막 위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이 보인다. 마음은 동쪽의 해를 보고자 하는데 등산로는 능선이 아니라 숲속으로 안내한다. 소백산성터 표지판이 보이고 무너진 성곽터를 지나는 사이 해가 구름위로 불쑥 솟아났다. 김성국 대원이 바위에 올라 찍은 사진이다.

   
▲ 지나온 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넓게 펼쳐진 소백평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새벅잠이 부족해 잠시 쉬는 사이에 꾸벅 졸고 있는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광활한 소백평전이 펼쳐지다

사방이 탁 트인 초원에 서니 가슴도 뻥 뚫리는 것 같다. 사방으로 보이는 경치도 환상적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배는 고프고 다리는 풀리고 졸음이 몰려온다. 아침을 먹기로 한 국망봉이 코앞에 보이는데도 걸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쉬고 싶다.

   
▲ 우와, 만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구름에 덮힌 산. 산. 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졸음과 배고픔을 참아가며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국망봉(1,420m)에 도착하니 없던 힘이 생긴다. 표지석 뒤에 서있는 바위에 올라가 단양과 영주지역의 경치를 둘러본다. 서울에서 미세먼지가 나쁘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왔는데 저 멀리 속세는 구름 속에 갇혀있고, 여기 하늘은 더없이 높고 파랗다. 소백산에 있는 우리들은 바로 구름위에서 놀고 있는 신선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망봉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을 가르고 있고, 동쪽 영주 쪽으로는 낙동강 상류, 서쪽 단양으로는 남한강 상류로 흘러내리는 양대 하천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달래며 이곳에 올라 경주를 바라보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국망봉이라고 하는 말이 전해온다.

   
▲ 이날 산행의 최고봉 국망봉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즐거운 아침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신선도 먹어야 산다. 산에서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한단 말인가. 국망봉 표지석 뒤 바위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약간 비좁기는 하지만 마른풀이 덮여있고 바람도 들지 않아 아침 먹기에 알맞은 곳이다.

이제는 대부분 보온병에 밥과 국을 담아온다. 오늘 아침은 그리 춥지 않고 시간상으로도 조금 빨리 온 편이라 느긋하게 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식구가 단촐해 옹기종기 둘러앉아 함께 즐기며 먹었다.

고치령을 가려면 아직도 11Km가 남았다. 마냥 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밥을 먹었으니 힘이 나려나. 이제 힘든 오르막길은 없고 능선길과 내리막길이다.

   
▲ 끝없이 펼쳐진 가을 낙엽 하산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날머리 고치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낙엽속의 하산길

이제 배도 부르겠다, 오르막길도 별로 없겠다, 시간도 넉넉하겠다 싶어 여유 있게 하산한다. 신선봉까지 이어지는 하늘능선은 멋진 경치를 파노라마로 펼쳐놓고 있다. 마당치까지 내려가는 길에는 봄이면 환장할 정도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철쭉동산이 길게 이어진다. 줄기가 하얗게 얼룩을 만들어낸 물푸레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어지는 하산길은 참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진다.

우리 버스는 고치령에 와 있을까? 큰 버스는 올라오기가 어려워 5Km 떨어진 좌석리에서 대기한다고 한다. 동네까지 가려면 이장이 돈을 받고 트럭으로 실어다 준다는데... 걸어가려면 1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 다행스럽게도 전용버스가 고치령에 와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예약한 식당으로 내려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 발을 담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드디어 고치령 도착

오후 1시. 하얀 우리 버스가 보인다. 반갑다. 기록을 보니 19Km를 10시간 가까이 걸어서 도착했다. 평균시속 2.2Km. 그동안의 산행기록을 비교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가장 빠르게 왔지 않을까 싶다.
 
고치령은 760m에 위치해 있으며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서 단산면 마락리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를 잇는 고개이다. 대동여지도와 여지승람에는 곶적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갯마루에 성황당이 있는데 금성대군(소백신령)과 단종(태백신령)의 신을 모셔놓은 곳이라는 설명이 있다. 예약한 식당으로 내려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 불이 난 발과 얼굴을 씻었다. 물속에 10초 있기도 힘들 정도로 차갑다.

   
▲ 풍기 삼계탕으로 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먹고 마시기

이번 산행은 여유가 넘친다. 시간도 많고 체력도 방전되지 않았다. 풍기읍내에 있는 영주칠향계 식당에서 주문한 삼계탕에 소주 막걸리를 마시고 버스에 올라 사당에 도착해 뒤풀이까지 전원이 함께 했다. 좋구먼!

   

▲ 서울에 올라와서 맥주로 뒤풀이까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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