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가 30일 시작된다. 서울역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안변, 두만강, 원산을 지나 서울로 돌아오는 18일의 여정이다. 2008년 남북 열차운행 중단 10년 만에 재연결의 첫 관문이 열렸다.

통일부는 28일 “남과 북은 11월 30일부터 총 18일간 북한 철도를 따라 약 2천6백km를 이동하며 남북 철도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경의선의 경우, 개성-신의주 400km 구간으로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동해선의 경우 금강산-두만강 약 800km 구간으로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조사가 진행된다.

▲ 조사열차 구성. [자료제공-통일부]

남측 철도차량 6량이 30일 오전 6시 30분 서울역을 출발해 북으로 올라간다. 발전차, 유조차, 객차, 침대차, 침식차, 유개화차(물차)로 구성된 6량의 열차를 이끌 남측 특대형 디젤기관차는 남측 기관사가 운전해 오전 8시경 도라산에 도착한다.

오전 8시 30분경 도라산을 출발한 조사 열차는 오전 9시경 북측 판문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남측 기관차는 분리하고 귀환한다. 북측 기관차는 남측 철도차량 6량과 연결해 북측 구간을 조사하게 된다. 북측 차량의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동조사단은 남측 박상돈 통일부 과장, 임종일 국토교통부 과장 등 관계부처 담당자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 총 28명과 북측 28명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조사단이 각각 꾸려진다.

남측 조사열차, 서울-도라산-신의주-택암-안변-두만강-원산-서울 누벼

조사열차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누빈다. 북측 판문역에서 남북 경의선 공동조사단을 태운 조사열차는 평부선(개성-평양), 평의선(평양-신의주)을 달린다. 경의선 조사를 마친 열차는 신의주역에서 평양 인근 택암역으로 이동한다. 남측 경의선 조사단은 이후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평양 인근 택암역에 머문 조사열차는 원산으로 향한다. 열차는 원산에서 안변으로 내려와 남측 동해선 조사단을 태우고 강원선(안변-고원), 평라선(고원-라진), 함북선(라진-물골), 두만강선(물골-두만강)을 달린다. 북측 금강산역에서 안변역까지는 북측의 요청으로 버스를 이용해 조사가 진행된다.

동해선 공동조사를 마친 열차는 두만강역을 출발, 원산에 도착한다. 남측 조사단은 내린 뒤, 열차만 평라선을 이용해 평양을 거쳐, 개성역으로 이동한다. 개성역에서는 남측 기관차에 연결해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조사 방식은 조사열차로 선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한 철도 시설 및 시스템 분야 등을 점검하고 북측 공동조사단과 조사결과공유 등 실무협의가 진행된다.

▲ 조사열차 이동경로. 조사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역을 거쳐 판문역, 신의주역까지 경의선을 조사한다. 그리고 다시 평양 인근 택암역으로 내려온 뒤, 평라선을 이용해 원산역에서 안변역으로 내려온 뒤, 다시 두만강역으로 달리며 동해선을 조사한다. 조사열차는 원산역으로 내려온 뒤, 평라선을 이용해 평양에서 개성을 거쳐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자료제공-통일부]

통일부는 “경의선의 경우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 2007년 현지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10년간 변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은 분단 이후 우리 철도차량이 처음으로 운행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7년 12월 경의선 현지조사는 개성-신의주 412km 구간을 대상으로 7일간 진행됐다. 남측 14명, 북측 40명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이 남측 3량, 북측 5량 등 총 8량의 기차를 타고 조사를 했다.

남북은 2007년 5월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과 동해선 제진-금강산 구간에 열차 시험운행을 했으며, 그해 12월 11일부터 2008년 11월 28일까지 주 5회 총 448회 화물열차를 운행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따른 남측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에 맞서, 북측이 ‘12.1’조치로 열차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판문점선언’에서 시작..실제 공사는 유엔 대북제재위 면제받아야

이번 철도 공동조사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판문점선언’에서 시작됐다.

6월 남북철도협력 분과회담을 통해 7월 동해선과 경의선 공동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8월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철도를 이용한 공동조사가 한 차례 무산됐고, 10월 공동조사 추진도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준수 요구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 관련 제재 면제를 승인함에 따라, 공동조사의 길이 열렸다.

▲ 2007년 5월 17일에 열린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남북은 이번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 이후 착공식을 열지만, 실제 공사는 유엔 대북제재위의 면제를 받아야 한다. [자료사진-통일뉴스]

통일부는 “이번 현지 공동조사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하여 북측 철도 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현대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현지 공동조사 이후에는 기본계획 수립, 추가 조사, 설계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내 착공식도 가능해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착공식과 관련해 남북 간에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남북교류협력사업들을 대북정책의 틀 내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제재와 관련해 우려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철도 현대화 공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철도 공동조사만 제재 면제를 승인했을 뿐, 공사 자체에 대해 면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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