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내년으로 넘겨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11월 내로 답방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물리적 시간상 불가능할 것이라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27일 G20 정상회의 참가차 아르헨티나로 향하기 때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그것 또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더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까지 청와대와 통일부 등은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추진 중이라고 거듭 확인했고, 김의겸 대변인은 22일에도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로서 변화된 내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지난주와는 달라진 기류를 두고, ‘결정’ 시한에 몰려 있다는 해석과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 6항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기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 발표 공동기자회견에서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각별히 언급한 바 있다.

정부의 고민에는 무엇보다도 북미관계가 예상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깔려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 이후로 연기된 것은 물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방미마저 한 차례 연기된 뒤 일정을 못 잡고 있기 때문.

김의겸 대변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더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당초 구상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으로 화룡정점을 찍으려던 구상이 어긋난 것.

따라서 이제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징검다리 카드’로 쓸 건가 말 건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몰린 셈이다.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9.19 평양정상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가 이어졌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역시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의 공백을 이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북측의 입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말 그대로 ‘역사적 사변’이고, ‘분위기 조성’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남은 감수해야할 위험요인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측 입장에서 답방을 받아들일 만한 우리가 줄 수 있는 큰 선물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봤다.

북측 내부 기류도 변수다. 연내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예상했지만 성과가 없자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대두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부위원장의 입지가 줄어들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6일 전화통화에서 “평소 지론”이라며 “북미관계와 상관 없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하자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하고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끌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6일 전화통화에서 “(답방이) 아직 살아 있다”며 “이번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건이라도 받아내면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30일께(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조성렬 위원은 “남북이 정상회담을 먼저하고 북미 고위급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예비회담 성격으로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26일 전화통화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선순환시킬 묘안이 필요한 때”라며 “비핵화를 비핵화로 보지 말고 큰 틀의 군비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군사합의서의 이행 과정이 비핵화의 이행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야 현실화될 수 있는 방안이다.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됐고, 북미 고위급접촉마저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여부는 북측의 결정에 달려있는 셈이다.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입각해 남북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끌어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인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짓고 화려한 서울 답방으로 휘날레를 장식할 것인지.

북측도 연말 총화와 내년 신년사 준비 과정에 들어가야 할 시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에 대한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공은 북쪽으로 넘어간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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