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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이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15)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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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7  09: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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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이다 (르네 샤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한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라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러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까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을 읽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멋진 신세계’를 향해 달음질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한 사회, 외로움과 권태는 알약 한 알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사회. 항상 젊음을 유지하며 한평생을 살아가는 사회. 죽음의 공포도 없는 사회.

 인류가 오랜 진화 끝에 이룬 지상 낙원. 우리는 지금 ‘에덴동산’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남녀의 육체적 교합 없이 아이들은 태어난다. 인공수정관에서 아이들은 대량 생산 된다. 유전자 조작 기술에 의해 정자와 난자의 단점은 제거된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가 비로소 실현된다. 우수한 아이로 태어나는 인간은 지도자로 길러진다. 힘든 노동을 하고 지저분한 것들을 처리하는 노동자는 열등한 아이로 태어나 힘든 노동에 길들여진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불만이 없다.

 가정을 이룰 의무도 없으니 남녀 간의 섹스는 완전히 자유롭다. 종교도 없으니 신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누구나 에피쿠로스가 한평생 도를 닦아 도달했던 아타락시아(마음의 평정 상태)의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닌가?     

 우리가 꿈꿨던 모든 게 이뤄진 세상.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이건 아니야!’라고 소리치게 되는가?

 지금도 질병으로 신음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늙어가는 얼굴을 뜯어고치고 있는 중년 여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 모든 고민이 완벽하게 해결된 세상.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세상을 ‘멋진 신세계’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백석 시인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내 눈에 뜨러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병(절망)에 걸렸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하지만 그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음을 깨달으며 절망에서 구원된다.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까며, 무릎을 꿇어 보며,/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는 우주목일 것이다. 땅의 중심에서 하늘의 중심으로 이어주는 나무. 나의 중심과 우주의 중심을 하나로 이어주는 나무.

 우리는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땅과 하늘의 중심(우주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육체를 지닌 존재이지만 동시에 신(神)적인 존재이기에 육체적 쾌락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우리가 꿈꾸고 있는 ‘멋진 신세계’는 그래서 실패한다. 우리는 돈, 권력, 명예를 부족하지 않게 지니고 살면서도 불행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그들은 자신안의 우주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공동체 사회를 이뤘던 원시인들은 마을 앞에 나무를 심었다. 우주목이다. 그들은 우주의 중심에서 살았다. 말초적인 쾌락에 길들여진 현대문명인은 그들이 도달한 깊은 행복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힘들 때마다 나무를 본다. 우리 가슴 안에서 우주목이 깨어나려 스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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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8-11-10 11:38:08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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