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12.16 일 23:52
홈 > 통일문화 > 화제의책
"남과 북 어린이의 아픔을 나누는 어른이 되고 싶었어"<신간안내>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 이기범 교수의 20년 방북기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8.10.01  17:48:49
페이스북 트위터

신간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에는 지난 1998년부터 20여년 동안 49번 방북한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의 경험과 그가 이사장을 맡아 꾸리고 있는 북녘 어린이 지원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가 135번 방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이 출간된 직후 저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돼 특별한 50번째 방북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북녘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던 1998년 1월 처음으로 평양에 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그가 해 온 일은 북녘 어린이들을 찾아가 직접 그림편지를 받아 오고 북에 콩우유공장, 연필공장, 어린이병원을 만든 일이었다.

   
▲ 『남과 북 아이들에겐 철조망이 없다』[사진제공-보리출판사]

이 책에는 그간 그가 겪은 풍부한 대북사업의 경험과 그 실천과정에서 느끼고 고민한 사유가 오롯이 실려있다.

2004년 6월 평양에 '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세우면서 어린이 11명과 함께 북녘을 찾았을 때 함께 있던 남녘 어린이가 백두산 천지에서 평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던 질문 "선생님은 왜 이런 일을 하세요?"

그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먹먹했던 그 질문에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제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아픔을 나누는 어른이 되고 싶었어. 어른들의 잘못때문에 아이들이 애꿎게 겪는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 그러면 힘들고 아픈 친구들이 조금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길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살다보면 그냥 꼭 해야 하는 일도 있는 듯 해. 운명같다고나 할까. 실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도 궁금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그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기쁘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상상하며 힘을 내곤 해. 그러면서 다시 힘차게 봉우리 하나 넘는거지."

그리고 마치 앞서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다녀오기라도 한 것 처럼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는 '예측'보다 '상상력'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지난 20년의 경험속에서 길어 올렸다.

"경험의 토양에서 자라난 상상의 힘이 이상으로 연결되고, 과거는 미래로 나아간다."

"우리는 북을 잘 모르고 북은 우리를 잘 모른다. 남과 북은 서로를 외면하지 말고, 상대를 알기 위해 조금씩 다가서야 한다. 마치 품위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지극히 냉담한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규정하는 데 길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녘 사람들과 기꺼이 만나 이야기하고 다투면서라도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상상력과 더불어 인내와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10년 가까운 단절에도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금세 살릴 수 있던 것은 상상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촛불광장과 또 다른 곳곳으로 이어지고 널리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상상과 참여로 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지금은 서른이 다 되었을 그때의 어린이에게 했던 답과 이 결론이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책에는 '어깨동무'가 온다고 해서 '어깨들(깡패의 속어)'이 오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북측 담당자, 술자리에서 한참 항의를 하다 자기 허벅지를 베고  잠들어 있는 기자를 토닥토닥해 주는 북측 참사,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마치고 헤어지는 우리들에게 '또 오십시오'라고 인사 한 북녘 아이들, 한여름 점심으로 내놓은 닭 백숙을 보고 강냉이 막걸리를 권한 여맹 일꾼 등 정겨운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곳곳에 남아있다,

건축노동자들의 '브리콜라주' 정신에 대해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설계도와 작업공정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집을 짓는 '공학'방식이 있는 가 하면 쓸 수 있는 재료와 도구를 대충 어림잡아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집을 짓기도 하는 방식을 '브리콜라주(bricolage)'방식이라고 한다.

대체로 우리는 공학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여기지만 남북이 하나로 만날 새로운 평화시대에는 브리콜라주가 더 값진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집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집을 맞추어 짓는 것처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끌어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장교리 인민병원과 어깨동무어린이병원(평양의대 소아병동)을 시공한 경험에 비추어, 건재와 설비에서 실정에 맞는 것을 쓰려는 의지가 강한 북측과 사전에 잘 의논해서 설계도면을 만들고 물이나 전기사정, 건설규정 등이 남측과 다르기 때문에 관계를 잘 형성해 긴밀하게 소통해야만 북측 노동자들의 '브리콜라주' 정신과 잘 맞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자는 또 남북협력의 시계가 멈춘 지난 9년을 겪으면서 북녘 사람들에게 '믿어달라'는 말보다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하고 실천하는 과정속에서 '신뢰'가 생기는 것이고, '신뢰'는 협력의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라는 뼈아픈 깨달음을 전한다.

이제 남북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뜻을 분명히 하려면 땅에 그어진 경계와 더불어 마음에 쌓아올린 경계까지 함께 녹아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마음의 경계는 증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나와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이다. 경계는 다른 의견과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름과 다양성을 혐오하도록 부채질한다. 마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면 그 폐해를 인정하고, 비판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래서 "남과 북 그리고 남녘 사회에 그어진 수많은 경계를 없애고 더불어 살길을 찾으려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에 사는 사는 사람들의 고통이 분단으로 얽혀 있다는 상상력은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이어주고 나아가 서로의 치유까지 연결시켜 준다."

 

 

이승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8-10-05 12:29:54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0 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