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재진에 공개한 이 발언은 이후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바라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할 것이다.

'분단 너머의 한반도'를 특집으로 다룬 계간『창작과비평』2018년 가을호(181호)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 발언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전 세계 앞에서 육성으로 거의 처음으로 공식 천명한 것이라는데 주목했다.

또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면, 그 만큼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지금 그랬던 것처럼 '그릇된 편견과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창비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획기적이었던 이유는 최소한의 약속들을 하나씩 주고받으며 신뢰를 회복하고 그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에 이르자는 과거의 단계론을 훌쩍 뛰어넘었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선에서 상호 불신을 관리하고 하나씩 작은 약속을 주고받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그동안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던 '그릇된 편견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 바탕의 하나가 '87년 체제 30여년간 형성된 일종의 최소주의'인지도 모른다고, 강경석 편집위원은 ''최대한'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제목으로 책머리에 썼다.

민주개혁세력과 수구보수세력의 타협으로 탄생한 87년체제는 분단체제라는 상위체제의 규정력 아래 여러 사회적 갈등을 최소한의 합의 틀에서 봉합하는 관행을 낳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대한'의 것에 대한 상상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를 정상적 국가관계로 전환하고 남한 개혁에만 몰두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그런 최소주의의 전형"이며, 이제 우리는 "명백히 달라진 것과 아직 달라지지 않은 것들을 분별하면서 '최대한'을 회복하려는 우리의 발걸음을 흔들림없이 내디딜 때"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 『창작과비평』2018년 가을호(181호) [사진제공-(주)창비]

백낙청 명예편집인은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촛불혁명 시대의 한반도'라는 글에서 이미 우리는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연합의 길을 트고 2007년 10.4선언으로 남북연합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그 길은 10년 가까운 중단과 역행을 겪으면서도 2018년 4.27 판문점선언으로 화려하게 재개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반도의 당면 목표는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이며, "비핵화 또한 남북연합 건설작업의 진전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물론 북이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을 공인된 국가목표로 삼고 있지도 않고 남측에서도 여러 이견이 존재하지만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사실상의 연합이 이미 건설중임을 인식하고 어떤 남북연합을 어떻게 만들지 진지하게 연마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남북연합 추진이 필수적 요건이고 시민참여를 통해 추진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그러자면 남쪽 사회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백낙청 편집인은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의 전망이 열리면서 일각에서 부쩍 잦아진 '통일을 배제한 평화공존' 주장이나 '평화공존 하의 보통국가'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통일이냐 평화냐'라는 자의적 이분법으로 복잡하고 힘든 평화협정 과제를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면 남북사이의 모든 기존 합의는 물론 대한민국 헌법의 평화통일 조항들과 북측의 노동당 규약 및 건국이념을 깡그리 부정하는 대역사(大役事)가 필요하기에 북에서나 남에서나 가망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

그에 따르면, 억지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남북이 항구적 분단에 동의한 두개의 독립국가가 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남과 북이 겪게 될 미래는 결코 밝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정치·경제관계학과 서재정 교수는 ''트럼프 독트린'과 한반도:신현실주의와 신중상주의 사이의 위기와 기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전략은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일방주의나 '선제타격'을 앞세웠던 부시 정부의 네오콘이나 '일국적 중상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타협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악했다.

전후 미국의 전통적 국가전략인 '현실주의적 국제주의'를 계승하면서도 '신중상주의'와 타협한 것으로 파악한 것인데, 이러한 타협이 전략적 확실성과 전술적 모호성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국이자 동시에 세계 최대의 무역적자국인 현재 미국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북의 핵·미사일에 대해 '선제타격'이 아니라 '억지와 방어'를 강조한 전통적 억지전략으로 회귀한 것도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전략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같은 타협성이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에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하면서 "어젠다 주도자로서 미국을 견인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시대 북한경제의 변화'를 통해 1998년 이후 회복세에 들어선 북한 경제의 동향을 살펴본 후 "김정은 시대의 경제개혁 조치들이 김정일 시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제도화의 관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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