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표시 나게 발목을 잡고 나서 의아심과 함께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남북 철도 현대화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대북 특사 파견 사안입니다. 

먼저, 유엔군사령부가 남측 열차의 북측 철도 구간 상태 점검 계획을 불허했습니다. 남측 정부는 지난달 22-27일 남쪽 기관차와 객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개성-신의주까지 운행하며 남북 공동점검 계획을 세우고 유엔사에 군사분계선 통과 승인 요청을 했으나, 유엔사가 승인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유엔사의 승인 거부 이유는 남측 정부가 사전 통보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 통과 인원·물자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유엔사의 승인권은 형식적이었고 국군의 통보로 갈음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민감한 시기에 유독 꼬투리를 잡아 승인 거부를 한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참고로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으며,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빈센트 브룩스 미 육군 대장입니다. 흔한 말로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 모자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남측 열차의 북측 철도 구간 상태 점검 계획은 4.27판문점선언의 이행사업입니다. 그러기에 미국이 이를 불허한 것은 명백히 4.27판문점선언 남북합의 이행을 훼방하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남측에 대한 주권 침해인 셈입니다.

다음으로, 대북 특사 파견 사안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남측의 대북 특사 파견 등 남북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분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즉,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만병통치약처럼 ‘비핵화’에 모든 걸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얼핏 대북 특사 파견조차도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부터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르기까지 진행해야 할 크고 작은 사안들이 엄청 많습니다. 이 모든 사안들이 미국 측의 간섭으로 영향을 받아 지연되거나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남측의 대북 특사단이 5일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은 천우신조와 같은 일입니다. 미국의 간섭을 뿌리친 면도 있습니다. 대북 특사단은 현안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정 그리고 4.27판문점선언 이행 문제와 종전선언 문제, 나아가 6.12북미공동성명에서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 등을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미국이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을 막고 대북 특사 파견에 간섭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미국이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표시 나게 그것도 노골적으로 했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창끝은 필경 남측 정부로 하여금 ‘한미동맹이냐, 민족공조냐’ 하며 택일을 강요하게 할 것입니다. 

대북 특사단의 5일 평양 방문이 한편으로 앞에서 밝힌 여러 현안들을 북측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 어디서고 남북이 함께 미국의 개입과 간섭에 대응할 수 있는 민족공조의 기본을 갖추는 계기로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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