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녘의 조카들을 만나러 가는 이관주 할아버지가 19일 한화리조트데 도착, 등록절차를 하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20일 오전 금강산으로 향했다. [사진-속초 사진공동취재단]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우리 조카 만나면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거지.”

북녘 형님의 자녀들을 만나러 가는 93세 이관주 할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대상자인 89가족, 197명은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를 떠나, 70여 년의 세월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금강산으로 향했다.

이관주 할아버지는 “내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우리 조카 만나면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거”라며 “이번에 만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보는기야”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북녘의 큰 형의 자녀들을 만나는 이 할아버지는 동생 이병주 씨(90세)와 아들 세영 씨와 함께 동행했다.

“내래 나랑 내 동생이 저 세상으로 가도 평안도에 우리 부모님 조상묘도 다 있고, 우리 형님 자식들 이번에 만나면 이쪽 남쪽 내 자식하고 그쪽 조카들하고 서로 4촌지간 아니갔어? 집안 4촌이란 말이야. 우리가 죽어도 남과 북 집인 사촌끼리 맺어줘야 하니까. 이거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 아니냐. 삼팔선으로 나뉜 분단국가에서나 있을 일이야.”

▲ 20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최고령자인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 [사진-속초 사진공동취재단]

70여 년 만에 북녘 가족을 만나러 가는 남녘 가족들은 긴장과 기대감으로 금강산으로 향했다. 북녘 올케를 만나러 가는 이금연 할머니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었고, 북녘 동생을 만나는 차제근 할아버지는 “잘 잤다. 가뿐하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이산가족들을 환송하며, “마음이 다들 급하신 것 같다. 어서 출발하고 싶은 마음에 버스도 빨리 타고 싶으실 것”이라며 “건강히 다녀오시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과 지원인원, 취재진 등 560명을 태운 버스 27대는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속초를 출발, 낮 12시경 금강산 입경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금강산 온정각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이어 오후 7시부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21일에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개별상봉과 객실중식을 함께하며, 오후 3시 단체상봉을 한다.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기약없는 작별상봉을 하고 돌아온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으로 향하는 이산가족들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속초 사진공동취재단]
▲ 출발 전날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이산가족. [사진-속초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는 외신들의 관심도 높았다. [사진-속초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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