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8일 저녁 7시, 대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서른 번째 대전 수요문화제가 개최되었다.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문화제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았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8월 8일 저녁 7시, 대전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3~4세의 아이부터 팔순을 앞둔 할머니까지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8월 14일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을 앞두고 서른 번째 대전 수요문화제가 개최된 것.

2주 이상 평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더위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서른 번째 수요문화제가 기림일 주간에 개최되는 만큼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참가자들이 많았던 것은 이번 수요문화제를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가 주관한 것도 한몫했다.

수요문화제 인사말에 나선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김계숙 상임대표는 “10대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인해서 피맺힌 한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이 자리에 모여서 다시는 전쟁으로 인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겪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평화를 지켜내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서른 번째 대전 수요문화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계숙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상임대표.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유등노인복지관의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우리춤 공연을 펼치기도 한 홍선주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계숙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1940년생이라고 밝힌 홍선주 할머니도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홍선주 할머니는 “올해만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5명이 돌아가셨다고 이제 생존해 계신 할머니는 27명뿐”이라며, “기막힌 한을 않고 한분 한분이 우리 곁을 떠나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도 몇 년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을 것”이라며,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은 저에게는 언니요, 형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용은 도대체 무엇이고, 정신대니 위안부는 왜 필요했습니까? 우리는 왜 꼼짝도 못 하고 당해야만 했습니까?”라고 물으며, “우리가 다시는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선주 할머니는 문화제 중간에 유등노인복지관(서구 도마동)의 춤 동아리 어르신들과 함께 우리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꿈샘마을도서관(동구 천동) 아이들이 ‘소녀의 꿈’과 ‘모두다 꽃이야’를 부르며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꿈샘마을도서관 권영혜 선생님(맨 왼쪽)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유등노인복지관(서구 도마동)의 춤 동아리 어르신들이 우리춤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수요문화제에는 어르신들의 우리춤 공연과 더불어 다양한 공연이 선보여졌다. 꿈샘마을도서관(동구 천동) 아이들은 한 달 넘게 노래 연습을 해서 ‘소녀의 꿈’과 ‘모두다 꽃이야’를 불렀다.

사회적협동조합 민생네트워크 <새벽> 이사장인 김옥연 목사도 기타를 치며 ‘찔레꽃’ 등의 노래를 부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또바기어린이도서관(대덕구 와동) 곽윤숙 관장은 ‘꽃할머니’ 그림책을 읽으며 빛그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서른 번째 대전 수요문화제의 마지막은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와 수요문화제에 참석한 조호경 학생(22세)이 마이크를 잡았다.

조호경 학생은 “14세, 15세 그 어린 나이에 말도 안 통하는 일본과 중국으로 끌려가 성노예가 되었던 할머니들이 여전히 살아계시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냐”며, “최근까지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가슴에 끔찍한 못이 박힌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고 이제는 분명히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과거에 당했던 그 끔찍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끝까지 이 일을 잊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호경 학생(22세)이 마이크를 잡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이 일을 잊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3월 1일 건립되었고, 수요문화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그해 9월부터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대전수요문화제는 ‘평화나비대전행동’이 주최하고, 주관은 ‘평화나비대전행동’ 소속 단체들이 돌아가며 해오고 있다. 다음 수요문화제는 9월 12일에 개최된다.

한편, 제6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관련 행사들도 예정되어 있다.

8월 13일(월)부터 21일까지 계룡문고 갤러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및 청소년 그림 입상작 전시회가 진행되고, 20일 저녁 7시에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미향 이사장 초청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행사들은 대전평화여성회와 평화나비대전행동이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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