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에 이어,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소리’(VOA)도 25일 “평안남도 평성의 한 공장부지에 세워졌던 미사일 조립시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참고로 서해 위성발사장은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동창리를 의미합니다. 북미공동성명이 나온 지 4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그 이행이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나온 북한의 이 같은 선제조치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엔진실험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와 평성 ICBM 조립시설 해체작업을 소리 소문 없이 착수했다는 점입니다.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 측 위성에 이렇게 잡혔다는 것은 북한이 이미 수주일 전부터 해체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무슨 뜻일까요? 북한은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했듯이 ‘우리식대로’ 비핵화 일정을 추진할 테니 미국은 미국식대로 상응조처를 취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6.12 북미공동성명에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를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상응조처란 무엇일까요? 그 메시지는 폼페이어 장관의 3차 방북 때 이미 나왔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어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7월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해 “극히 우려스럽다”고 혹평했습니다. 

즉, 북한은 당시 북미고위급회담에 △ICBM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해 대출력발동기(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하는 문제 등의 선물을 준비하고 나와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 실현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우선 정전협정체결 65돌(7.27) 계기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의 답을 기대했는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터트렸던 것입니다.

미국도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받기 위해선 주어야 합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침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 65주년입니다. 미국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종전선언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6.12 북미공동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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