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를 시작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 약속을 한 지 40여 일 만이다. 교착상태인 북미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위성 사진 판독 결과, 지난 20일 궤도식 구조물과 액체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 시험대 등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는 대형 크레인과 차량이 배치됐으며, 궤도식 구조물 해체로 지하 환승용 구조물이 드러났다.

이틀 뒤 찍힌 사진에서는 건물 한쪽이 완전히 철거되고, 해체된 구조물들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엔진실험장 가림막도 치워졌다. 2주 전부터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 미국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사진은 20일과 22일에 각각 촬영된 위성사진으로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붉은 원)에 대한 해체가 진척된 모습이다. [캡처-38노스]

‘38노스’는 “해체 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기술개발에 이 시설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북한의 이러한 노력은 신뢰구축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후 브리핑에서 “(서해 위성발사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는 사전에 남측에도 통보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7월 초 평양을 방문해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면담했을 당시, 북.미정상회담 합의대로 미사일 시험장 폐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측과 여러 경로로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와 관련해서 듣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일일이 말할 수 없지만, 서로 간에 긴밀하게 필요한 사안들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미 간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고 38노스와 별도로 한미간에 파악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 시작으로 북미관계 교착국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결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 뒤 뚜렷한 북한의 움직임이 없었지만, 40여 일 만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합의이행에 나섰기 때문.

지난 6일과 7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 발동기(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가 다뤄진 바 있다. 북한이 강조한 ‘동시행동’의 첫걸음인 것이다.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라는 행동을 보인 점에서, △다방면적인 교류를 실현할 데 대한 문제,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하여 우선 정전협정 체결 65돌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할 데 대한 문제 등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답해야 할 입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시시각) “북한은 9개월 동안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 핵실험도 없었다. 일본은 행복하다. 아시아 모두가 행복하다”면서 “그러나 가짜 뉴스는 나에게 묻지도 않고, 충분히 빠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화났다 말하고 있다. 잘못됐다. 매우 행복하다”고 트위터를 날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6.12 후속조치 이행에서 북한이 취한 조치가 기여하리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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