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수고했어요"
"또 만나요"
"우리는 하나다!"

▲ 북측선수단이 속소인 유성호텔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다시 만나요” 북측 선수들을 환송하기 위해 유성호텔 앞에 모인 시민들이 북측선수들이 탄 버스를 향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018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던 북측 선수단이 23일 오전 유성호텔을 떠나자, 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대전시민들이 아쉬움의 인사를 건넸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단 1-2분 사이 북측선수단은 호텔로비를 나와 버스에 올라탔다. 그 잠시의 만남을 위해 대전시민들은 뙤약볕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온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며 아쉬움의 인사를 건넸다.

떠나는 북측선수단의 얼굴에도 아쉬움의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7박8일 동안의 일정 내내 그들을 따라다니며 응원해줬던 '대전시민공동응원단'에게 선수들은 목례로서 인사를 건넸다.

시민들은 '안녕히 다시 만나요', '우리는 하나다'라는 플래카드와 한반도기를 들고서 떠나는 선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우리는 하나다"를 크게 외쳤다.

북측선수들과 대전시민들은 지난 탁구대회 일정 동안 말없이 깊은 정을 나눠왔다. 북측선수단이 처음 대전에 도착하는 날 대전지역 통일단체와 시민들은 환영식을 연 뒤, 북측선수들이 보이는 유성호텔 앞 공원에서 '환영문화제'를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 북측선수들이 대회장에 나와 훈련을 할 때와 예선전을 치를 때, 본선경기를 치를 때도 매일같이 공동응원단을 꾸려 그들을 응원했다. 처음엔 낯선 표정으로 응원단을 슬쩍슬쩍 쳐다보던 북측선수들도 날이 갈수록 친근감을 표시하며 손을 흔들어주고, 인사를 건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남북단일팀 혼합복식의 장우진(남)-차효심(북)조가 우승하던 날 모두가 함께 기뻐했고, 그 날 저녁 열린 대전시 주최 만찬에서 통일단체 관계자들과 북측선수단이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헤어지던 순간, 제대로 인사도 건네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시민도 있었다.

▲ 북한 탁구 함유성 선수가 손을 들어 환송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북측 선수단을 태운 차량이 유성호텔을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우리는 하나다', '다시 만나요'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번 공동응원단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희인 6.15공동선언대전본부 집행위원장은 "북측선수단이 갑작스럽게 대전을 방문하게 돼서 처음에는 어떻게 환영해야 하나, 응원은 어떻게 하나하고 많이 걱정했었다"며 "다행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환영해 주고, 응원해 줘서 북에서 온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때도 그랬고, 지금 떠나간 이후에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응원을 하면서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씩 연호하며 응원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정도 들었다"며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고,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날 환송에는 박일순 대전탁구협회장도 나와 북측선수단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는 주정철 북측선수단장의 손을 잡고 "정말 고생 많으셨다. 돌아가셔서도 모든 일이 잘되시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에 주 단장은 "그 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답했다.

▲ 박일순 대전탁구협회장이 주정철 북측선수단장의 손을 잡고 유성호텔을 나와 차량으로 배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이날 환송장면에서는 경찰의 과도한 경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시간 전부터 유성호텔 앞에 모여 플래카드를 들고서 준비한 시민들 앞에 갑자기 경찰들이 늘어 선 것.

폴리스라인을 들고선 의경들이 응원단을 가로막자 시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더라도 시민들과 선수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은 허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항의를 묵살했다.

▲ 환송나온 시민들을 가로막은 경찰들. 1시간 전부터 기다린 시민들은 과도한 경호로 인해 북측 선수단을 제대로 환송할 수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결국, 항의하는 사이 선수들은 호텔을 나와 순식간에 버스에 올라탔다. 시민들은 선수들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목소리로만 인사를 건네야 했다. 그리고는 짙은 선팅으로 내부가 보이지 않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야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항의하자 한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