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의 통일응원단의 열띤 응원 덕분인지 첫날 마지막 경기인, 혼합복식 경기를 위해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선수단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북측 탁구 선수단의 주정철 단장도 응원석을 향해 손을 들어 응원에 화답했다. 선수들도 낮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많은 관심 속에 치워진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17일 저녁 9시 30분, 혼합복식 32강전에 나선 북측의 최일 선수와 남측의 유은총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최초의 남북 단일팀의 출정이었다.
안재형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과 리광일 북한 남자대표팀 훈련지도자(코치)는 벤치에 손에 땀을 쥐며 두 선수의 경기를 숨죽여 지켜봤다.
대기실에 있던 북측 선수들도 모두 나와 응원에 나섰다. 응원석에서는 통일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힘내라 유은총’, ‘잘한다 최일’ 등의 구호로 힘찬 응원을 펼쳤다.
최일-유은총 조는 스페인의 알바로 로블레스(ROBLES Alvaro)-갈리아 드보락(DVORAK Galia) 조에 맞서 싸웠지만, 1세트를 8-11로 빼앗겼다. 2세트부터 엎치락뒤치락 반복하면서 결국 마지막 5세트를 13대 11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마지막 승점을 내자 벤치에서는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선수 모두가 두 손을 치켜들고 일어서 환호했고, 응원석에서도 환호와 구호가 연신 울려 퍼졌다.
최일, 유은총 두 선수는 서로 감격의 포옹을 했다. 두 선수는 붉은 색 계열로 각자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또 다른 단일팀 혼합복식 남남북녀 조의 장우진-차효심 조는 몽골 조의 기권으로 경기 없이 16강에 진출했다.
서효원, “북한 선수들, 그냥 편해요”, “송이는 저를 친구처럼 생각해요”
많은 관심과 기다림 속에 진행되었던 여자복식의 남북단일팀 서효원-김송이 조도 무난히 16강에 진출했다.
18일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된 서효원-김송이 조는 우즈베키스탄의 킴 올가(KIM Olga)-킴 레기나(KIM Regina) 조를 상대로 3대 0으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서효원-김송이 조의 관심을 대변하듯 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펼쳤고, 응원석도 가득 차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두 선수는 어제 최일-유은총 조와는 반대로 파란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한 팀을 이루어 경기를 승리로 이끈 두 사람은 서효원 경기가 끝나자마자 헤어져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서효원 선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았고, 대화도 잘 통했다”며 김송이 선수와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선수는 지난 5월 스웨덴에서 열린 IT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함께 출전한 바 있지만, 복식경기로 한팀을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송이 선수와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단식 예선 경기에 먼저 치른 김송이 선수에게 체육관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김송이 선수가 “분위기가 굉장하다. (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 노래를 부른다”고 답했다며, “우리도 이기면 ‘우리도 하나다’고 말할까”라며 농담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처음 복식을 했기 때문에 예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본선에)올라가서 한 팀 한 팀 이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북한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하면서의 개인적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그냥 편해요. 북한 선수들이 순수하고,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 언니거든요. 애들이(북한 선수들이) 인사도 잘 하고, 그냔 편한 것 같아요. 친구처럼. 송이는 거의 저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올해로 18번째를 맞은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는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며 북한을 비롯해 전 세계 28개국 238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
오늘(18일)까지 예선전을 마치면, 내일(19일)부터는 경기장을 충무체육관으로 옮겨 단식경기는 32강부터, 복식경기는 16강부터 본선을 진행한다. 대회는 22일까지 진행하고, 북측 탁구 선수단은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