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7월 12일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꼭 10년이 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008년 7월 11일 새벽 5시경. 금강산 앞바다에서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총성이 울렸다. 관광객 박왕자 씨가 사망했다. 그리고 이튿날 12일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관광 중단 조치를 내렸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꼭 10년,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은 다시 열릴까.

1998년 11월 18일 강원도 동해항을 출발한 유람선 ‘아산금강호’는 북측 장전항으로 향했다. 1천 4백18명이 금강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금강산관광은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금강산관광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24일 방북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북한 최수길 조선아시아무역촉진위원회 고문과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북한은 7월부터 금강산관광을 허용하고, 현대그룹은 외금강과 명사십리, 삼일포, 시중호, 내금강, 동중호 등지에 호텔을 짓겠다는 약속. 여기에 남한 기업을 비롯해 국제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노태우 정권은 남북의 의정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사문서로 치부했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정치권에 뛰어든 정주영 회장이 정부에 밉보임을 당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핵 위기가 터져, 금강산관광을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출범으로 금강산관광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1998년 6월 정주영 회장이 소 떼 5백 마리를 몰고 방북하면서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과 북한의 경제난 해소를 위한 실리주의적 접근 자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 금강산에서 관광객을 맞이했던 금강산 호텔의 2018년 모습. [자료사진-통일뉴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3년 육로관광, 2004년 해로관광 중단, 2008년 승용차 관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됐다. 2004년부터는 당일 관광, 1박 2일 관광, 2박 3일 관광 등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초기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 관광 코스에서 해금강과 동석동-세존봉-구룡연 순환 코스가 추가됐고, 야영장, 해수욕장 등도 개방됐다. 2007년부터는 내금강 관광이 시행되는 등 남측 관광객들은 금강산을 제대로 만끽했다.

주목을 받은 금강산관광은 1998년 1만 명을 시작으로 2008년 7월 19만 명에 이르는 등 총 196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하지만 연간 40만 명을 목전에 두고 금강산관광은 중단됐다.

금강산관광 중단의 여파는 컸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은 금강산관광 중단의 경제적 손실을 28억 3천7백만 달러로 추정했다. 49개 금강산투자기업은 시설투자 3천3백억 원, 매출손실액 5천3백억 원 등 1조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 고성군은 관광객 감소로 2천3백억 원 규모의 경제손실을 입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생산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금액만의 손실만 컸던 것은 아니었다. 금강산관광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서비스업 운영과 관련 시설 운영 방식 등 북한의 자본주의 경제학습도 중단됐다. 북한경제 개발 지연으로 통일비용 부담도 늘어났다. 남북 인적 교류도 사라지면서 남북 간 주민들의 불신만 더 커졌다. 금강산관광이 남북관계 개선의 초석이었던 점에서, 통일 노력도 지연됐다.

▲ 금강산호텔의 북측 봉사원들. [자료사진-통일뉴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우선 신변안전보장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하지만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신변안전보장 담보를 약속받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걷어찼다. 

박근혜 정부 초기 2013년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수 정부 9년 동안 금강산관광은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에는 설악산, 금강산, 원산, 백두산 관광벨트 구축 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난관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금강산관광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금강산관광 대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설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이 있는 것도 현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관광 등 경협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려면 비핵화 진정 등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특히, 금강산관광은 관광객 안전 문제와 관련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여건이 되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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