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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남북통일농구경기 마지막 경기, 남측 여자, 북측 남자 우승
평양=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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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5  20: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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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만의 남북통일농구경기 마지막 경기가 5일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는 남측은 청팀, 북측은 홍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농구선수들이 농구공 하나를 두고 실력을 겨뤘다. 여자 농구경기는 남측이 우승했고, 남자 농구경기는 북측이 승리했다. 승패를 하나씩 주고받은 남북은 함께 땀을 흘렸다.

15년 만의 남북통일농구경기 마지막 경기가 5일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렸다.

먼저 여자 농구경기가 시작됐다. 남측은 청팀, 북측은 홍팀으로 나뉘었고, 선수들의 가슴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 남북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경기장은 선수들의 땀으로 적셨다. 경기는 청팀 81 대 홍팀 74로 끝났다. 

이어 남자경기가 진행됐다. 남자경기는 홍팀 82 대 청팀 70으로 마무리됐다.

   
▲ 청팀 최은실 선수가 드리블을 하며 파고들자 홍팀 장미경 선수가 막아서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 홍팀 로숙영 선수가 슛을 하려고 하자 청팀 선수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1만 2천 평양시민들, “홍팀 힘내라”, “청팀 힘내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은 1만 2천 석이 꽉 들어찼다. 평양시민들은 그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남북 선수들을 함께 응원했다.

통일의 열풍을 의미한다는 ‘열풍’이 적힌 막대풍선을 연신 두드리며 관중들은 “이겨라”, “청팀 힘내라”, “홍팀 힘내라”, “용기내자”, “힘내자”를 외쳤다. 쿼터가 끝날 때마다 대형전광판을 통해 ‘우리의 소원’ 노래가 흘러나오자 관중들을 따라불렀다.

응원단장의 지휘로 남측 선수들이 골을 넣거나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 남측 선수의 이름도 연호했다. 남측 선수의 자유투가 실패하면 안타까움이 묻은 탄성도 흘러나왔다.

   
▲ 1만 2천 석을 가득메운 평양시민들이 홍팀과 청팀을 함께 응원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 평양시민들의 응원.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남측에서 온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 씨의 활약도 한몫했다. 마지막으로 평양행에 합류한 그는 외국 용어를 북한식으로 바꿔 말할 정도였다.

박 씨가 작전타임 중 “어디가 이겼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자경기에서 남측 고아라 선수가 피를 흘리자, “출혈이 있다”고 그가 말하자, 관중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피가 났다는데 웃으시는 겁니까”라고 하자 관중들은 또 웃었다.

15년 만에 열린 남북통일농구경기는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 열린 경기에서 남북 선수들은 함께 흘린 땀만큼 정도 깊어졌다.

   
▲ 남북통일농구경기 남자경기 모습.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15년 만에서 선수에서 감독으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코트 위에 선 허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한 것 같다”면서도 “승패를 떠나, 남과 북 선수들 모두 좋은 경기를 펼쳐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허 감독은 “15년 만에 평양에 왔고, 15년 전에는 선수로, 지금은 감독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항상 긴장되는 마음으로 일정을 보낸 것 같다. 9월에 서울에서 북측 선수단을 초청해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땐 이번보다 더 좋은 경기 펼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측 이승현 선수는 “경기 결과를 떠나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친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은 접어두고 다음이 있으니까, 그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북측 선수들이 서울에 온다면 우리가 평양냉면을 대접받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환영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남자 홍팀 선수가 슛을 하려고 하자 청팀 선수가 막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장 주석단에는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 북측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전광호 내각 부총리, 김일국 체육상이 자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방 현지지도로 인해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조명균 장관과 만나, 김 위원장의 불참을 전한 바 있다.

남북통일농구경기 방북단은 오후 8시부터 인민문화궁전에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주최 환송 만찬에 참석 중이다. 이들은 오는 6일 오후 5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휘어잡은 아나운서 박종민 씨의 활약상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한 이가 있다. 바로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 씨. 그는 19년 차 한국농구리그(KBL) 장내 아나운서로 베테랑이다.

그의 방북은 극적으로 결정됐다. 방북 하루 전인 2일 오후 7시경 대한농구협회로부터 “내일 평양에 가야 한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은 것. 그리고 3시간 30분 뒤 방북이 최종 승인됐다.

박 씨는 “북측에서 2일 오후 6시 경기를 진행할 장내 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팩스를 우리 쪽에 보냈다고 하더라. 그 뒤 나한테 전화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할 새도 없이 그는 3일 평양행 공군 수송기에 올랐다. 낯선 북한식 농구용어를 이해하는 일이 급선무. 그는 노력 끝에, 슛을 ‘투사’, 패스를 ‘연락’, 리바운드를 ‘판공잡기’ 등으로 바꿔 말했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북한식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북측에 김청일이란 선수가 있는데 발음을 하는데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한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 씨.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그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들썩이게 했다. 

4일 열린 경기에서 남자농구 번영팀 허훈 선수(6번)가 돌파를 시도하자 형인 평화팀 허웅 선수(9번)가 앞을 막았다. 둘 다 허재 감독의 아들이다. “번영팀 6번과 평화팀 9번 선수는 형제입니다”라고 말하자 평양시민들이 웅성거렸다.

허웅 선수가 허훈 선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을 하자 그는 “누가 형일까요”라고 말했다.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딱딱하게 박수만 치던 관중들은 그제야 적극적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5일 열린 경기에서도 박종민 씨는 맹활약했다. 여자경기 중 한때 홍팀이 뒤지자, “홍팀이 뒤집었으면 좋겠다, 박수 한 번 주세요”라고 말했다.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시 “청팀이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 박수 주세요”라고 말하자, 관중들은 똑같이 손뼉을 쳤다. “이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관중들은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북한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며 “이런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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