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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울린, “평화! 번영! 이긴다!”15년 만의 남북통일농구경기, 남북 선수 한데 섞이다
평양=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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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4  22: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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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만인 4일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남북 선수들이 한데 섞여 '평화팀', '번영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사진은 여자농구경기 모습.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오늘의 승리는 번영! 번영팀이 이긴다!”, “오늘의 승리는 평화! 평화팀이 이긴다!”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1만 2천여 명 북측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울렸다. 남북 농구 선수들은 ‘평화팀’, ‘번영팀’으로 나눠 함께 땀을 흘렸다. 여자 농구경기는 번영팀이 이겼고, 남자 농구경기는 평화팀과 번영팀의 무승부로 끝났다.

15년 만에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남북 농구 선수들이 각각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 ‘평화팀’과 ‘번영팀’으로 나뉜 혼합경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자농구 ‘평화팀’ 102점 vs ‘번영팀’ 103점..남자농구 무승부

이날 오후 3시 40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여자 농구경기가 시작됐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평화팀’은 북측 장명진 감독, 남측 하숙례 코치의 지도로 남측 심성영, 박하나, 임영희, 고아라, 최은실, 김소담, 북측 김은정, 김류정, 리정옥, 박진아, 홍련아, 공수연 선수가 함께했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번영팀’은 남측 이문규 감독, 북측 정성심 코치의 지도로 남측 박지현, 박혜진, 김한별, 염윤아, 강이슬, 곽주영, 북측 장미경, 김혜연, 로숙영, 박옥경, 정순화, 고은경 선수로 구성됐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따라, 남측 심판 2명, 북측 심판 1명으로 구성된 3심제로 열렸다.

남측 주심의 호루라기가 울리자, ‘평화팀’과 ‘번영팀’은 상대편의 골대에 골을 넣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경기는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특히, 여자농구는 오는 8월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 여자 농구경기 장면.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는 평양 주민 1만 2천여 명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역전과 재역전의 반복이었다. 북측 선수 중 키 205cm로 주목받은 ‘평화팀’ 박진아 선수는 7점을 넣었다. 같은 팀 리정옥 선수는 28점으로 활약했다. ‘번영팀’은 남측 김한별 선수가 18점, 북측 로숙영 선수가 18점을 넣었다. 결과, ‘번영팀’이 103대 102로 승리했다.

이어 남자 농구경기가 열렸다. ‘평화팀’은 남측 허재 감독, 북측 안용빈 코치의 지휘로 남측 박찬희, 최준용, 최진수, 허웅, 라플리프, 이승현, 북측 김청일, 김남일, 원윤식, 최류리, 정성일, 김국성 선수로 구성됐다.

‘번영팀’은 북측 리덕철 감독, 남측 김상식 코치의 지도로, 남측 허훈, 이대성, 이정현, 정효근, 강상재, 김준일, 북측 신금별, 최성호, 조진국, 김철명, 장금철, 김진영 선수가 함께했다.

남자경기는 102대 102로 끝났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어느 하나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처럼.

   
▲ 남자 농구경기 모습.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 골을 넣은 뒤 번영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경기가 끝난 뒤, 여자 ‘평화팀’ 장명진 감독은 “북과 남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를 치러 감회가 새로웠다”며 “경기 전 호흡을 맞춰보지도, 뛰어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잘 맞는 걸 보면 한 민족의 핏줄이 정말 대단하구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형제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과 관련, “북과 남이 둘이 되면 못산다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모든 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평화팀’에서 28득점을 한 리정옥 선수는 “북과 남이 주고받는 공 하나하나, 느낌들을 통해 하나의 마음이 됐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뜻과 마음을 합해 단일팀으로 나간다면, 우리 민족의 슬기와 기상을 충분히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남자 농구경기는 '평화팀'과 '번영팀'이 각각 102점으로 무승부로 끝났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15년 만에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경기장에 선 허재 감독은 “오늘은 기억에 평생 남을 경기”라고 표현했다.

허 감독은 “처음에는 교류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좀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기를 한 것 같은데, 나중에 승부가 갈리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재미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아주 재미있게 경기를 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아들인 허웅 선수는 ‘평화팀’으로 뛰었다. 15년 전 아버지가 평양 농구코트를 누볐다면, 이제는 아들이 평양에서 활약한 것.

허웅 선수는 “시합 뛰는 자체가 영광스럽고 뜻깊은 날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며 “짜릿했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된다는 게 정말 말로는 표현 못 할 만큼 행복했다. 엄청 기분이 좋았다”며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남북 선수들의 가슴에 붙여진 ‘평화’, ‘번영’은 민족이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  평양 주민들은 빨간색과 노란색 막대풍선을 연신 두들기며 응원전을 펼쳤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막대 풍선을 두들기는 평양 관중들 함성..남측 아나운서는 북측 용어 사용

15년 만에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은 1만 2천 석이 꽉 찼다. 평양 주민들은 빨간색과 노란색 막대풍선을 연신 두들기며 응원전을 펼쳤다.

“오늘의 승리는 번영! 번영팀이 이긴다!”, “오늘의 승리는 평화! 평화팀이 이긴다!”

관중들의 응원 함성에, 허웅 선수는 “많은 힘이 되었다. 조용히 시합하는 것보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기분도 좋았고 더 힘내서 시합할 수 있었던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북측의 요청으로 마지막에 합류한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 씨는 영어식 농구용어를 북측 기준으로 설명했다. 리바운드는 ‘판공 잡기’, 퍼스널파울은 ‘개별 선수 반칙’, 트레블링 바이얼레이션은 ‘걷기 위반’, 사이드 라인은 ‘측선’이라고 말했다. 

   
▲ 경기에 앞서 남북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입장하고 있다. 남자 '평화팀'을 맡은 남측 허재 감독과 북측 안용빈 코치가 함께 입장하는 모습.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 여자 농구 '평화팀'의 입장.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에 앞서 공동 입장식이 열렸다. ‘평화팀’과 ‘번영팀’의 남북 선수들은 함께 손을 맞잡고 입장했다.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15년 전 남북통일농구경기에 참가했던 선수가 감독이 되어 이 자리에 왔다. 이번에 처음 만나 남북의 선수들도 하나의 팀이 되어 우리 앞에 서 있다”며 “남북 교류의 역사를 지닌 이곳 류경정주영체육관은 지난 4월 남측 예술단 공연에 이어 또다시 화합의 전당이 되었다”고 운을 뗐다.

“어제 우리 남측 선수단은 서울에서 한 시간 여 만에 이곳 평양에 도착했다. 남과 북은 이처럼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하나의 민족이다. 힘겨운 시간도 있었지만, 남북이 화해하고 이 땅의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겨레의 염원은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었다.”

그러면서 “함께해주신 1만2천 평양 시민 여러분, 남녘 주민들과 전 세계가 하나됨의 함성을 들을 수 있도록 힘찬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북측 김일국 체육상은 “농구경기는 민족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려는 북남 수뇌분들의 높은 뜻과 통일 열망으로 뜨거운 온 겨레의 노력에 의해 마련된 민족의 경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북남통일농구경기는 평화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에서 서로의 마음과 발걸음을 맞춰 전진해나가려는 북과 남의 체육인들의 지향과 의지를 시위하고 서로의 귀중한 경험을 안고 중요한 계기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힘있게 떨쳐나갈 때 아리랑 민족의 위상이 온 세상에 빛나게 된다는 것을 굳게 확신하게 될 것”이라며 “온 겨레가 얼싸안고 만세 부를 통일의 그 날을 하루빨리 앞당겨 오자”고 말했다.

   
▲ 이날 경기장 주석단에는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 북측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전광호 내각 부총리, 김일국 체육상이 자리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장 주석단에는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 북측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전광호 내각 부총리, 김일국 체육상이 자리했다.

기대를 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남북통일농구경기는 5일에도 이어진다. 둘째 날 경기는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친선경기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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