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은 14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없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11년 만에 만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구체적인 성과없이 끝났다. 북측 안익산 단장은 “다시는 이런 회담을 하지 말자”고 일갈했다.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했을 뿐, 남북 군 당국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남북은 14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시범 논의..합의 없어

남북은 구체적인 합의를 명문하는 대신, “쌍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진지하게 협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되어왔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명시했다.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는 못 했다는 것.

대신, “서해 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하는 문제에 대해 상호 합의하였다”고만 강조했다.

2004년 ‘6.4합의’는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이다. 이미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일체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고, 5월 1일부로 실행에 옮겼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완전 복구의 경우, 북측은 지난 1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서해 군 통신선 6회선 복구를 밝힌 바 있다. 동해선은 3회선으로 현재 산불로 인해 복구되지 못한 상황이다.

11년 만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결과는 기존 ‘판문점회담’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는 평가.

▲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회담을 가졌지만,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주목되는 내용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부분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JSA 구역에는 권총, 소총 등 무장화기를 소지하면 안 되지만, 이제까지 지켜지지 않았던 것.

지난해 11월 북한 병사 오청성이 JSA에서 탈북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소총을 사용해 가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 측은 정전협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JSA 관리와 관할을 유엔사 즉 주한미군사령부가 주관하고 있고, 남측은 이에 대한 권한이 없는 것. 

JSA를 비무장하기 위해서는 남측뿐만 아니라 미군 측도 무장화기를 갖추고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북측이 JSA 관할권의 주체로 남측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북측은 1992년 군정위 유엔사 측 수석대표로 남측 황원탁 육군 소장이 임명되자, 이에 반발해, 1994년 4월 ‘정전협정 무효화’와 ‘군사정전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현재, 북한은 ‘군정위’ 대신,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친 뒤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와 북측 안익산 단장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6~7월 중 회담을 개최해 심화된 결과 도출하자”
북측, “다시는 이런 회담 하지 말자”

구체적인 합의없이 끝난 이 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종결회의는 모두발언에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 달랐다.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는 “오랜만에 자리를 같이하고 대화를 나눈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당면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수시로 만나 협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6~7월 중에 장성급 회담 또는 군사 실무회담을 개최해 한 단계 심화된 결과를 갖고 성과 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 안익산 단장은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 다음 회담에서는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실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안 단장은 “다시는 이런 회담 하지 말자”며 “우리 시작은 회담 문화를 창조하고 속도에 있어서나 질의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사실 모범 전투를 치러보자고 했던 것인데, 참 아쉽게 됐다. 앞으로는 준비 잘해 이런 일 없게 하자”며 구체적인 합의가 없던 데 불만을 토로했다.

▲ 남측 김도균 수석대표가 14일 밤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 집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 김도균 수석대표는 회담 직후,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 집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안 조율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군사분야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내용이 많다. 최종 조율 과정에서 대표 접촉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시간이 지체된 점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번 장성급 군사회담이 오랜만에 열리는 것이고 군사분야 합의사항 이행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합의사항에 대해 서로 입장을 타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할 수 있는 현안인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정상화, 서해 우발충돌 방지를 복원하는 이런 문제들 협의했다”며 “이견이 있었다기보다도 과제들의 성격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문제는 그 의제 자체가 덩치가 큰 것이기 때문에 입장 조율하고 입장을 북측에 전달해 주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장성급 군사회담이나 군사 실무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군사분야를 우선 협의하기로 했고, 그 합의가 조율된 후에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우선은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실무회담을 한 뒤에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남측 대표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오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52분간 전체회의를 열었다. 모두발언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회의는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뚜렷한 합의없이 논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의 공동보도문을 오후 8시 40분이 넘어서야 발표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남측은 국방부 대북정책관인 김도균 육군 소장을 수석대표로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안상민 합참 해상작전과장, 황정주 통일부 회담 1과장, 박승기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나섰다.

북측에서는 안익산 육군 중장을 단장으로 엄창남 육군 대좌, 김동일 육군 대좌, 오명철 해군 대좌, 김광협 육군 중좌가 마주했다.

[전문]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공동보도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이 2018년 6월 14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되었다.

회담에는 김도균 육군 소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과 안익산 육군 중장을 단장으로하는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였다.

회담에서 쌍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진지하게 협의하였다.

쌍방은 군사적 충돌의 원인이 되어왔던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는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수립하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 등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쌍방은 서해 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2004년 6월 4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동,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완전 복구하는 문제에 대해 상호합의하였다.

쌍방은 회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앞으로 계속 협의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018년 6월 14일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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