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사진-싱가포르 정포통신부]

북.미 정상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했다. 그리고 4개 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이목을 받은 ‘CVID’는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뛰어난 협상가’라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일까.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게 안보 보장 제공을 약속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안전보장 제공’으로 양측의 상호관심사에 합의한 것.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담기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수차례 실무협상을 벌이면서 ‘CVID’를 합의문에 담느냐 마느냐 씨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 터라, 합의문을 두고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로 제대로 실현된 적도 없고, 북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CVID’를 선택하는 대신, 그는 ‘20% 비핵화’에 집중했다.

그는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20%만 비핵화 과정이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냥 다 핵무기를 없애자는 식이 아니라 임계점에 도달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VID’ 방식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도 없는데 왜 그런 오래 걸리는 방식을 채택해야 하느냐는 반문. 100%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서 이 중 20%의 단계만 달성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가 말한 ‘20% 비핵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최근 7개월 동안 어떤 핵실험도 없었다”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 더 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을 하나의 단계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면 합의 내용으로 북한이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파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운반하는 어떠한 탄도미사일도 발사할 수 없도록 발사대를 없앴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식 해법’은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 발사대 파괴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으로, 이는 ‘CVID’ 방식이 아닌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이다. ‘프런트 로딩’ 방식은 비핵화 초기 조치를 뜻한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공개된 합의문에는 없지만, 기자회견을 보면 매우 강력하게 ‘프런트 로딩’을 암시하고 있다. 20%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 기준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식 화법을 빌리자면, “북한이 핵무기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데. 그런데 핵실험장 없애서 더 이상 핵실험도 못 하지 않아? 그런데 말이야 핵무기가 있으면 뭐해? 미사일에 얹어서 쏠 수가 없는데? 그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나 마찬가지 아냐? 내가 협상 좀 할 줄 아는데, 북한이 CVID를 받겠어? 그러니까 핵실험장도 없고 미사일도 못 쏘는 방법으로 합의한 거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프런트 로딩’ 방식의 ‘20% 비핵화’가 충족되면, 제재 완화 혹은 해제, 관계정상화 등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제공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으로 보인다. 이론상 ‘CVID’가 아닌 보다 쉬운 방법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해 관계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것. 부동산업자다운 실리적인 협상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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